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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직 목사가 씨앗뿌린 군선교- 이제 큰 나무로 성장

배남준 2017. 10. 11. 08:48
[1004 군인교회가 희망이다] 이철신 목사 “한경직 목사가 씨앗 뿌린 군선교, 이제 큰 나무로 성장” 기사의 사진
이철신 서울 영락교회 목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수표로 교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며 군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목사는 “민족 복음화를 위한 고 한경직 목사의 열정이 군선교로 모아졌고 여전히 영락교회의 중요한 사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군선교가 ‘복음의 황금어장’으로 불리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이철신 영락교회 담임목사는 한경직 원로목사가 민족 복음화를 꿈꾸며 황금어장에 그물을 던지자고 한 게 그 출발점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수표로 영락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우리나라에서 교회 차원의 군선교를 처음 제안했던 한 목사님은 군선교야말로 민족 복음화를 위한 첩경이라고 여겼다”면서 “민족을 복음으로 구원하려는 한 목사님의 바람이 ‘황금어장’이라는 개념으로 귀결됐고 영락교회는 지금도 군선교를 교회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한 목사가 1945년 공산주의 북한을 버리고 서울에 정착한 피란민들과 함께 설립한 영락교회는 지금도 한결같이 ‘민족 복음화’ 사명을 이어오고 있다. 이 목사는 “한 목사님이 주창했던 이 가치는 대광과 영락, 보성과 같은 학교를 세운 학원 선교와 영락복지재단 산하의 보린원, 양로원 등 복지사역으로 결실을 맺었다”며 “그중에도 군선교는 영락교회가 가장 큰 애정을 쏟고 있는 대표적인 사역”이라고 소개했다. 

한 목사가 파종한 군선교의 씨앗은 세월을 거듭하며 큰 나무로 자라났다. 전국 많은 교회와 평신도 연합회가 군선교에 참여하는 동기도 제공했다. 영락교회는 선교부를 통해 논산훈련소 세례 지원부터 군종장교 후원과 대대급 부대교회 건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영락교회가 하고 있는 다양한 군선교 중에서도 국방부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대대급 부대의 교회 건축을 지원하는 일은 무엇보다 돋보인다. 이 목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헌신 없이 할 수 없는 사역이기도 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꽤 많은 군부대 교회를 지었고 최근에는 오래전 지은 교회들을 개보수하는 일에도 많은 재정이 집행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교회 선교부가 건축예산을 책정해 지원하지만 교인들이 직접 건축헌금을 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몇 교인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이분들이 보여주는 군선교를 향한 순수한 열정은 늘 귀감이 된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목사는 군선교야말로 한국교회가 집중해야 할 ‘영원한 우선사역’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세례자 한 명 늘리는 게 군선교의 목적이 된다면 분명한 한계가 있죠. 결실이 있어야 합니다. 군에 입대하는 순간부터 제대할 때까지 말씀으로 양육하는 출발점이 세례일 뿐입니다. 앞으로 교회들은 세례를 출발점으로 하는 신앙 양육의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이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육군 군목으로 경기도 연천군 25사단 예하 2개 연대교회에서 목회한 경험이 있는 이 목사는 “군선교가 군 전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신앙이야말로 장병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장병들이 신앙으로 무장한다는 건 안전한 군 생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본다”며 “한국교회가 군선교에 한마음으로 참여해 한 교회가 한 곳의 군 교회와 결연하는 미담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인터뷰 말미 군 장병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사병이나 장교 모두 무척 힘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군인의 운명”이라면서 “전국 모든 군인이 ‘나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 “그 사명감의 원천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임을 잊지 말고 세례를 통해 받은 신앙의 씨앗을 잘 키워 달라”고 덧붙였다.

■군선교 산실 영락교회, 군부대 교회 1004개 중 200여개 건축 직간접 후원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하나 있다. '60만 국군을 그리스도에게로'라는 휘호다. 2020년까지 전 국민의 75%를 복음화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던 '비전 2020 운동'이 선포된 1996년, 당시 95세였던 한경직 영락교회 원로목사가 직접 쓴 글이다. 

'군대는 복음의 황금어장'이라는 표어와 함께 군선교를 상징하는 이 구호는 모두 한 목사가 만들어 낸 것들이다. 생전 설교에서 신앙인들은 '부르심의 푯대를 향해 경주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그는 이 구호 아래 영락교회 선교의 중심축 에 군선교를 세웠다. 교회는 군선교라는 푯대를 향해 지금도 마음을 모으고 있다. 

교회 선교부장 정천우 장로는 "군선교는 영락교회를 상징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면서 "그만큼 교회가 집중해 온 사역이고 앞으로도 많은 기도와 투자를 해야 할 역점 사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락교회가 해 온 군선교 사역은 그야말로 '교과서'라 불릴 만하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화된 이 교회의 군선교는 개신교 연합 군복음화후원회 조직에 촉매제가 됐다. 군선교 초기부터 영락교회는 군목들의 심방을 위한 오토바이를 기증하고 군인교회 건축, 훈련소 세례식, 성경 보급 등을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세월이 수십 년 지났어도 오토바이가 차로 바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군선교 사역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2년 집계한 군부대 교회 1004개 중 200여개 교회의 건축을 영락교회가 직간접적으로 후원한 것은 군선교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례로 꼽히고 있다. 건축 지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영락교회는 지속적인 개보수 지원까지 하고 있다.  

군선교 사역자들도 후원한다.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군목들의 선교비 지원과 함께 민간인 사역자 7∼10명의 사례비도 지원하고 있다.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 연무대교회에서는 1992년부터 세례식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영락교회가 주최한 세례식을 통해 2만4000여 장병들이 세례를 받았다. 

영락교회는 군에서 세례를 받은 장병들의 신앙양육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회와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는 '장병과 교회 대학부'를 연결하는 양육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 군선교연합회가 매달 교회로 80여명의 세례 받은 장병들의 명단을 보내오고 있고 이 명단이 대학부로 전달되고 있다. 장병들의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돕기 위한 신앙의 결연이 시작된 셈이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