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앙칼럼,뉴스,시,그림

아펜젤러 고향에 울린 보은의 선율 - 정동제일교회 美서 음악회

배남준 2016. 10. 24. 06:18

아펜젤러 고향에 울린 보은의 선율 기사의 사진

정동제일교회 합창단과 연주단 단원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드류대 도로시영콘서트홀에서 헨리 아펜젤러의 업적을 기린 ‘시토스’를 선보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동제일교회 제공




헨리 아펜젠러(1858∼1902)가 설립한 서울 정동제일교회(송기성 목사)가 아펜젤러의 고향과 모교를 찾아 보은(報恩)의 음악회를 열었다. 

송기성(66) 목사는 교회 합창단원 및 연주단원 등 60여명과 함께 23일(현지시간) 아펜젤러 선교사가 출석한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교회에서 창작 칸타타(하나의 줄거리를 가진 내용을 몇 개의 악장으로 나누어 구성한 성악곡) ‘시토스(SITOS)’를 선보였다. 앞서 20일에는 그의 모교인 뉴저지주(州) 드류대에서도 같은 음악회를 가졌다. 음악회에는 드류대 관계자들과 고인의 후손 등이 참석했다. 현장에는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랫말을 영어로 번역한 인쇄물이 배포됐다. 

‘시토스’는 정동제일교회가 아펜젤러 선교사의 한국선교 130주년을 기념해 작곡한 곡이다. 시토스는 헬라어로 ‘밀알’을 뜻하며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파종한 아펜젤러의 삶을 기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총 15곡으로 구성된 1시간20분 분량의 작품으로 유명 작곡가 우효원씨가 썼다. 복음의 불모지였던 조선의 현실을 전한 뒤 아펜젤러의 입국과 그가 드린 기도, 일제강점기 냉혹한 현실 등을 하나씩 들려준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작품명과 동명의 곡이자 14번째 노래인 ‘시토스’다. 노랫말 곳곳에는 주님을 향한 아펜젤러의 순정이 녹아있다.

‘…낯설고 척박한 황무지 길이라도 여기 나의 가야할 길/ 주님 지고 가신 십자가 길/ 썩어짐이 없이 어찌 새 생명이 있을 수 있겠는가/ 썩어지는 밀알이 아름답고 찬란하다/ 썩어지는 밀알이 영원하다.’ 지난해 10월 10일 교회 예배당에서 ‘시토스’가 초연됐을 때는 많은 관객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송 목사는 23일 “이번 음악회를 통해 감동, 그 이상의 결실을 만들고 싶다”면서 “미국에서 아펜젤러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심도 있는 연구도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정동제일교회에서 만났을 때도 큰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한국 감리교회를 대표해 미국에 감사의 뜻을 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이 땅에 떨어진 주님의 밀알이었습니다. 지난해 칸타타를 만들었을 때는 미국 방문까지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어요. 예산이 너무 많이 드니까요. 하지만 참가자 전원이 자비량으로 행사에 동참하면서 보은 음악회가 성사됐습니다. 정말 뜻 깊은 행사입니다.” 

당시 송 목사를 만난 자리에는 ‘시토스’ 음악감독인 박은혜(52·여) 권사도 동석했다. 박 권사는 “지난해 ‘시토스’를 상연했을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 미국에서 그 감동을 재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동제일교회는 드류대와 랭카스터교회에 각각 아펜젤러 모습이 담긴 흉상과 부조(浮彫) 작품도 선물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송 목사는 흉상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펜젤러는 ‘개척자의 정신’ ‘밀알의 정신’을 가진 크리스천이었습니다. 아펜젤러가 그러했듯 우리도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누룩의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