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주화가 돈궤에 쩔렁 떨어질 때, 영혼은 연옥에서 뛰어 오른다”고 외치며 면죄부를 판매하고 있었다. 마르틴 루터(1484∼1546)는 1517년 10월 31일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했다. ‘종교개혁의 화산’이었다. 종교개혁주일을 앞두고 평신도, 목회자, 공동체가 각각 ‘교권의 노예’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으로 사는 길을 보여주는 책을 신간 위주로 세 차례 소개한다.
루터는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죄"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삶은 어떤 것일까. 이 땅의 믿음의 선인인 장공(長空) 김재준(1901∼1987) 목사와 일가(一家) 김용기(1909∼1988) 장로의 삶과 사상을 표본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1954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창립을 주도한 김 목사는 '생활신앙'을 강조했다.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삶을 통해 드러낸다는 의미다.
김 목사의 제자인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최근 '장공의 생활신앙 깊이 읽기'(삼인)를 펴냈다. 교회 개혁자 등 피상적 구호로 알려진 김 목사의 신앙과 신학, 사상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김 목사의 저술을 토대로 그의 사상을 분석하고 신앙을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 기독교 위기의 본질은 '생활과 신앙의 분리'에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정말 전 존재를 바쳐 하나님을 믿고 전 존재를 이끌어 이웃을 사랑한다면 그 신앙과 사랑은 '삶 전체'로서 고백되지 않을 수 없다." 김 목사의 글이다. 그는 교회의 위기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놓친 데 있다고 봤다. 저자는 "교리 수용이 곧 믿음이라고 하는 관념적 신앙… 핵심은 놓치고…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예수 따름, 예수 닮음, 예수 살기에 있다"(18쪽)고 강조한다.
기독교는 예수를 닮으려는 종교라는 것이다. 김 목사는 "교회의 일차적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옛 사람을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있다"(112쪽)고 했다. 죄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는 것이 교회의 제1사명이라고 한 그의 교회론은 그가 사회구원을 강조한 '운동가'라는 오해를 허물어뜨린다. 저자는 김 목사를 "예수만을 온 생명으로 모신 신앙인이자 비판적 예언자"라고 평가한다.
'가나안, 끝나지 않은 여정'(포이에마)은 '복민(福民)사상'으로 대표되는 김 장로의 사상과 실천을 성서신학적으로 해석한다. 김 장로는 1962년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무려 70여만 명이 이 학교를 다녀갔다. 농군학교는 근로, 봉사, 희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농업기술을 익히고 생활습관을 훈련하는 곳이다. 농군학교 프로그램은 한국 근대화의 상징인 '새마을운동'의 모델이 됐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너는 복이 될지라'(창 12:2)고 했다. "복민이란 아브람처럼 숭고한 이상과 고귀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74쪽) 처음에는 하찮은 모습이지만 하나님을 따르면서 고귀한 인생으로 빚어진다는 것이다. 복은 무엇일까. "'할 일'을 하는 것이 복입니다… 할 일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일을 부러워하거나 상황을 따지거나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습니다."(84쪽)
김 장로는 "어떤 일을 하든 각자 자기 일에 충실하라"고 했다. '할 일'을 더 큰 가치로 만들어가는 것은 나눔이다. 나누게 되면 그 복은 흐르기 때문이다. 농군학교를 통해 기독교적 가치를 우리 사회에 퍼뜨린 그의 삶의 궤적과 복민사상은 거의 일치한다.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라.'
생활신앙과 복민사상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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