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목회자인 미네노 다쓰히로(78) 요도바시(淀橋)교회 담임목사는 “일본이 국익을 따지기 앞서 과거에 잘못했던 일들을 진심으로 사죄하고 확실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한·일 관계의 해법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진정한 사죄 없이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으로 위안부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으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도쿄 신주쿠의 요도바시교회에서 만난 미네노 목사는 “확실한 사죄로 상처받은 분들의 마음이 풀려야 비로소 경제적 지원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사죄와 용서를 구하는 행동에 이은 지원이라는 순서가 정확하게 이뤄져야 양국 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하면 일본이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기도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사회 전반의 우경화 바람 속에서도 크리스천들은 ‘일본의 양심’으로 꿋꿋이 행동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창립한 지 113년이나 된 요도바시교회를 이끄는 미네노 목사는 도쿄신학대를 나와 성결교 도쿄신학교 교장, 웨슬리언 홀리니스신학원 이사장, 일본월드비전 총재 등을 지냈다. 한국교회와 깊이 교류해온 지한파로, 한일기독의원연맹 일본 측 지도목사를 맡고 있다.
지난 11일은 동일본대지진 6주년이었다. 미네노 목사는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는 4∼5년 뒤 복구가 끝났는데 동일본대지진은 6년이 지나도 복구가 제대로 안 된 상태”라며 “크리스천들이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11일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1만5893명이 숨지고 2553명이 실종됐다. 대피생활 중 건강 악화로 숨진 3523명까지 합치면 희생자는 2만2000명에 육박한다. 지진 피해로 고향을 떠났다가 아직 복귀하지 못한 사람도 12만3000명에 달한다.
미네노 목사는 기도운동과 지원단체 운영으로 지진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지진 발생 다음 달부터 시작한 ‘부흥 기원 초교파 기도회’는 6년간 매월 빠짐없이 열려 지난 11일에 72회 모임을 가졌다.
‘아가페 CGN’이라는 구호·지원단체도 만들어 가동 중이다. 매주 토요일 60∼70명이 모여 기도하고 헌금한 것을 피해 지역에 보낸다. 해외에선 광림교회를 필두로 한국 교계가 가장 많은 지원을 했고 미국과 중국에서도 도움을 줬다. 미네노 목사는 “한국 미국 중국이 일본과 힘을 합쳤기에 지원단체에 ‘크리스천 글로벌 네트워크(CGN)’란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단체는 거의 다 그만두고 빠져나갔지만 기독교 단체들은 지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여기에 감동받아 기독교 신앙을 갖기로 한 결신자들이 동북지방에서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전체의 복음화는 답보 상태다. 일본의 크리스천은 100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0.8%에 불과하다. 미네노 목사는 현 상황의 타개책으로 크게 두 가지를 추진 중이다. 현대인의 개인적 고뇌와 외로움을 교회가 끌어안아 치유하는 것과 성령의 능력을 통한 전도가 그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요도바시교회의 올해 표어를 ‘아름다운 인간관계의 창조와 영혼구원·선교’로 잡았다. 미네노 목사는 “아름다운 인간관계란 개인의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 새롭게 구축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린도전서 9장 22절의 “약한 자들에게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라는 말씀처럼 겸허하고 겸손한 자세를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을 묻자 미네노 목사는 “한국교회는 일본교회의 영적인 형님”이라며 “지금까지 정말 많은 사랑과 도움을 줬지만 앞으로도 일본 교계가 너무 느리다고 떼어놓고 가지 말고 무슨 일이든 꼭 함께 기도하고 협력하고 같이 가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국민일보 도쿄=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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