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앙칼럼,뉴스,시,그림

이만수 야구감독/ 야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 꿈꾼다

배남준 2017. 3. 17. 14:39



2014년 11월 36명의 라오스 청소년을 불러 모았다. 남자 24명, 여자 12명이었다. 팀 이름은 라오J브라더스였다. “니 꿈이 뭐꼬.”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겁니다.” 잘 못 먹어서 그런지 다들 키가 작고 야위었다. 결손가정 출신은 물론 고아도 많았다. ‘그래, 내 야구를 통해 대구중학교 시절 품었던 북극성의 꿈,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식시켜주고 싶구마.’  

먼지가 풀풀 날리는 동네 사설 축구장을 빌려 주 2회 3시간씩 훈련했다. 돈이 없다보니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운동장을 빌렸다. 그 외의 훈련은 현지 한인 사업가가 만들어 놓은 야구센터에서 했다. 말이 야구센터지 실내야구장 만한 크기였다. 그곳에서 14명이 먹고 자며 공부와 야구를 병행했다.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5개국에서 유일하게 야구가 없던 나라다. 그런 나라에 야구를 가르쳐줬으니 그 자체가 뉴스였다. 어느 날 라오스 국영TV 기자가 찾아왔다. “왜 하필이면 라오스입니까.” 기자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 우리 라오스 청소년들에게 야구를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년에 4번 정도 감독 겸 구단주로서 라오스에 들어가서 10∼20일 동안 청소년들을 직접 지도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야구를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했다. 아무래도 동양인이다 보니 쉽게 통하는 면이 있었다.

2016년 여름 한국의 초·중·고등학교 야구부원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데 라오스에서 국제전화가 왔다. 라오스 현지 사업가였다. “구단주님, 라오스 국무총리상을 받게 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우와, 정말요?”

그해 10월 라오스 정부로부터 체육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훈장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아내가 빙그레 웃으며 이런 말을 건넸다. “여보, 당신 프로야구 시절 구단주가 되는 게 꿈 아니었어요.” “어, 맞다. 내 힘들고 어려울 때 구단주가 된다고 했재.” “당신 지금 라오J브라더스 구단주잖아요?” “어, 맞네.” 하나님은 34년 만에 삼성라이온스 선수시절 품었던 꿈을 이뤄주셨다.   


[역경의 열매] 이만수  <15·끝> 야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 꿈꾼다 기사의 사진

이만수 감독(뒷줄 오른쪽 다섯 번째)이 지난해 9월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라오J브라더스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선수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각양각색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라오스 교육체육부 장관이 나를 불렀다. “감독님, 뭐가 필요하십니까.” “연습을 위한 야구장이 필요합니다.” 라오스 정부는 흔쾌히 수도 비엔티엔의 와타이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20㎞ 떨어진 락십혹 지역의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다고 했다. ‘할렐루야!’  

이후 이곳에 야구장 4개와 숙소 및 훈련장을 건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야구장이 건립되면 라오J브라더스의 전용구장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초·중·고·대학부 동계훈련 장소로도 사용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오스는 11월부터 4개월간 건기인데다 그 기간 기온도 25℃여서 야구 훈련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물가가 무척 싸다. 

모든 서류를 갖춰 한국의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지금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허가만 기다리고 있다. 조만간 수많은 라오스 청소년들의 꿈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2016년 4월 국내외 어려운 유소년 야구선수와 라오스 선수를 돕기 위해 사단법인 헐크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법인은 철저히 시민들의 기부로 운영된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것이다. 

야구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다. 위기의 순간마다 출애굽기 14장 10∼14절을 주신 하나님은 그 꿈을 언젠가 이뤄주실 것이다. 그때까지 쉼 없이 달려갈 것이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말씀과 ‘절대 포기하지 마라(Never ever give up)’는 철칙을 붙들고.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