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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어려운 응급환자 100여명살린 / 연세대의료원 '선한 사마리아인'

배남준 2017. 3. 17. 12:17



연세대의료원 원목실(실장 정종훈 목사)이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들 중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4년의 일이었다. 

생명을 살리는 게 병원 본연의 사명이지만 응급실에 실려오는 무연고 환자들을 반기는 병원은 없다. 최악의 경우 이런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세상을 떠난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연세의료원 원목실이 내놓은 묘안이 바로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였다. 원목실이 앞장서 기금을 조성한 뒤 형편이 어려운 응급환자들의 병원비를 지원하자는 것이 골자다.


원목실장 정종훈 목사는 선교사들이 세운 연세의료원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 중 하나라고 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 중 무연고인 경우가 연간 100명은 족히 넘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도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는데 이분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간다는 건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양심이 편치 않은 일인 것이죠. 이런 배경에서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형편 어려운 응급환자 100여명 살린 연세대의료원의 ‘선한 사마리아인’ 기사의 사진

연세의료원 의료진과 원목실 교역자들이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의 후원으로 수술을 받게 된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

                      


선한 취지가 공감을 얻으며 사업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3년 동안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만 102명의 갈 곳 없는 응급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강남과 용인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통해 후원받은 환자들까지 합치면 수혜자들의 수는 더 늘어난다. 연세의료원은 보통 500만원 내에서 병원비를 지원하지만 그 이상인 경우에는 기금운영위원회를 열어 추가지원을 결정한다.  

정 목사는 “그동안 이 사업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분들 중에는 부모나 형제,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가족이 있어도 병원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고시원을 전전하는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들도 도움을 받았다.

정 목사는 “결국 이들이 모두 강도 만난 이웃이었다”면서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소중한 사역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SOS 프로젝트가 확장되는 게 좋으면서도 고민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금 조성을 위한 시스템이 없고 원목실장이 중심이 돼 알음알음 모금을 하다 보니 매년 사역을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응급환자들이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기금이 한정돼 있다 보니 한계가 있죠. 이 프로젝트는 원래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사역으로 시작된 일입니다. 한국교회가 강도 만난 이웃을 돕는 사역에 작은 정성을 보태 주신다면 더욱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