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의료원 원목실(실장 정종훈 목사)이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들 중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4년의 일이었다.
생명을 살리는 게 병원 본연의 사명이지만 응급실에 실려오는 무연고 환자들을 반기는 병원은 없다. 최악의 경우 이런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세상을 떠난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연세의료원 원목실이 내놓은 묘안이 바로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였다. 원목실이 앞장서 기금을 조성한 뒤 형편이 어려운 응급환자들의 병원비를 지원하자는 것이 골자다.
원목실장 정종훈 목사는 선교사들이 세운 연세의료원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 중 하나라고 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 중 무연고인 경우가 연간 100명은 족히 넘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도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는데 이분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간다는 건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양심이 편치 않은 일인 것이죠. 이런 배경에서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선한 취지가 공감을 얻으며 사업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3년 동안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만 102명의 갈 곳 없는 응급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강남과 용인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통해 후원받은 환자들까지 합치면 수혜자들의 수는 더 늘어난다. 연세의료원은 보통 500만원 내에서 병원비를 지원하지만 그 이상인 경우에는 기금운영위원회를 열어 추가지원을 결정한다.
정 목사는 “그동안 이 사업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분들 중에는 부모나 형제,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가족이 있어도 병원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고시원을 전전하는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들도 도움을 받았다.
정 목사는 “결국 이들이 모두 강도 만난 이웃이었다”면서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소중한 사역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SOS 프로젝트가 확장되는 게 좋으면서도 고민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금 조성을 위한 시스템이 없고 원목실장이 중심이 돼 알음알음 모금을 하다 보니 매년 사역을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응급환자들이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기금이 한정돼 있다 보니 한계가 있죠. 이 프로젝트는 원래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사역으로 시작된 일입니다. 한국교회가 강도 만난 이웃을 돕는 사역에 작은 정성을 보태 주신다면 더욱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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