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 7시, 새벽기도회를 마친 이종한(46·사진) 경남 의령군 정곡교회 목사가 25인승 스쿨버스 운전대를 잡는 시간입니다. 1년 6개월 전 인근 중학교 교장선생님의 요청으로 이 목사는 계획에 없던 ‘스쿨버스 기사’ 타이틀을 얻게 됐습니다. 20여명에 불과한 학교라 손님이 많지 않지만 매일 아침 정겨운 시골길을 오가는 스쿨버스는 이 목사의 특별한 교제공간입니다. 부모님이 도시 일터로 떠나 조손가정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 등교하는 학생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농촌 들녘에 어떤 상처와 아픔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있답니다.
“촌구석 목회자가 동네 중학생들을 매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몰라요. 덕분에 주일날 못 본 아이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부활절이나 성탄절을 앞두고 있을 때면 자연스럽게 교회에 초대하기도 좋지요.”
지난달엔 청소년 지도자 자격증도 땄습니다. 어떤 이들은 “농촌에 지도할 청소년이나 있느냐”고 묻지만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청소년, 부모 없이 자라 마음에 멍이 든 채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내인 김자환(45) 사모는 전교생이 14명뿐인 인근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사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읍내에서 오가는 교통비 빼면 남는 게 없다”며 선생님들이 손사래 치는 통에 교사 수급이 안 되자 학교 교장선생님이 유치원 교사 출신인 사모님께 도움을 요청한 게 어느덧 10년째입니다.
이 목사 부부가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사역을 시작한 건 2002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이 목사는 구미에 있는 금오공고로 진학한 직후 기독학생회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농촌교회 사역현장에 눈을 떴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느끼는 외로움을 신앙생활을 통해 달래던 시기였습니다. 방학 때마다 전국 방방곡곡 농촌교회를 찾아가 봉사활동도 하고 여름성경학교도 열었죠. 3학년 2학기 때 농촌에서 힘들게 목회하시던 한 강도사님을 위로하려고 ‘강도사님과 동역할 농촌교회 목회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게 이렇게 현실이 됐네요.”
정곡교회는 성도 대부분이 70∼80대인 전형적인 농촌교회입니다. 일요일 아침마다 승합차를 60여㎞씩 운행하며 어르신들을 모셔오는 것이 예배준비의 시작이지요. 성도 30여명으로 작은 교회지만 이 목사가 부임한 지 8년차인 2010년에는 성도 8명을 뚝 떼어 분립 개척도 했습니다. 몸이 불편한 성도가 예배에 참석하기 쉽도록 그 성도의 집 근처에 교회를 세운 겁니다. 이 목사는 “분립 개척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우려도 나왔지만 결국 하나님께선 계획을 이루게 하셨다”면서 “감사하게도 분립 개척 이후 성도 30여명을 회복했다”며 웃었습니다.
“농어촌 목회의 가장 큰 보람은 가족 같은 주민들과 함께 늙으며 영글어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작지만 귀한 역사를 써내려가는 것이지요(웃음).”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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