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로 바람이 차갑던 12일. 서울 서초구 효령로에 있는 기독출판사 아가페(대표 정형철·사진)를 찾았다. 방재경 단행본팀장의 안내로 사무실을 둘러봤다. 안은 훈훈했다. 성경과 여러 책들이 꽂혀 있었고 직원들의 표정은 환했다.
옥상에는 텃밭이 있었다. 직장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게 신기했다. “지난해 직원들이 고구마하고 여러 가지를 키워서 먹었어요. 고구마는 전자레인지에 익혀 먹고 상추랑 고추는 점심 도시락 먹을 때 따서 먹었지요.” 방 팀장이 웃으며 자랑했다.
직원들은 매일 팀별로 큐티를 한다. 성경책이 가득 꽂힌 회의실에서 정형철 대표, 곽성종 전무와 대화를 나눴다. 1980년 아가페출판사에 입사한 곽 전무가 초창기 아가페의 사역에 대해 설명했다. “고 정봉석 장로님이 ‘말씀지’를 만드는 데서 저희 회사가 태동했습니다.”
정 대표의 선친인 정 장로는 74년 문서 사역을 위해 이 회사를 세웠고 목회자들의 설교를 담은 10여쪽 분량의 ‘말씀지’를 무료로 배포했다. “그땐 텔레비전도, 책도 많이 없을 때였잖아요. 출판사 직원이 목사님들의 좋은 설교를 일일이 녹음하고 그걸 풀어서 회지로 만들었어요. 그걸 2∼3개월에 한 번씩 배포했어요. 많이 보낼 땐 1만곳 넘는 교회에 보냈죠.”
말씀지는 당시 목회자들에게 좋은 목회 자료가 됐다. 86년 주석이 담긴 ‘오픈성경’을 발간했다. 이듬해 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출판사를 이끌어온 정 대표는 오픈성경 발간을 출판사의 가장 큰 보람으로 여겼다. “오픈성경 덕분에 일반 성도들이 주석을 읽고 말씀의 의미를 쉽게 깨달을 수 있게 됐어요.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오픈성경 발간을 시작으로 성경전문 출판사로 발돋움한 아가페는 스터디바이블, 쉬운성경, 스토리성경 등 수백 종의 성경을 출간했다. 30년 동안 연평균 35만권을 발행, 총 1000만권이 넘는 성경을 국내에 보급했다. 2007년부터는 ‘주삶’이라는 격월간 큐티집도 만들고 있다. “주삶은 수준 높은 필진들이 성경 본문을 절별로 해석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제격이에요.”
아가페의 출판과 경영 원칙을 물었다. 정 대표가 한 마디로 답했다. “정직입니다.” 왜 정직일까. “기독출판계에도 오랫동안 정직하지 못한 관행이 있었어요. 실제론 신학대학원을 갓 졸업한 필자들에게 글을 쓰게 하곤 유명 목회자나 교수가 글을 쓴 것처럼 꾸미기도 했어요. 저희는 필자의 실명을 밝혀왔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디에서 뭘 하든 하나님 앞에서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가페출판사는 성경과 큐티집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다양한 단행본도 내고 있다. “기독출판사의 사명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고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책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기복적인 경향을 따르는 책들이 성도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어 참 걱정스럽습니다.”
정 대표는 독자들이 말씀을 묵상하고 좋은 책을 찾아내길 바랐다. “성도들이 성경과 책을 많이 읽고 말씀을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교회 안의 기복주의와 물질주의가 극복될 수 있어요. 성경, 큐티집, 기독양서 세 가지가 우리의 지적 양식이 돼야 합니다.” 사내 전 직원이 모여 사진을 찍는 시간, 정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힘차게 “화이팅”을 외쳤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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