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앙칼럼,뉴스,시,그림

[역경의 열매] 2 "내 사랑하는 딸아, 인도로 오지 않겠니?" -인도 배정희 선교사

배남준 2016. 11. 28. 11:16

[역경의 열매] 배정희 <2> “내 사랑하는 딸아, 나를 위해 인도로 오지 않겠니?” 기사의 사진

1998년 인도 시장통교회에서 배정희 선교사(오른쪽)가 인도 현지 청소년들과 찬양하고 있다.


인도로 가는 길은 멀었다. 1993년 7월 7일, 내 인생 처음으로 인도를 찾았다. 나를 포함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월드미션 인도선교단기팀 13명은 남인도의 첸나이를 찾았다. 직항이 없기에 중간에 경유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 20시간 가까이 걸려 첸나이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기장은 첸나이의 기온이 섭씨 46도라고 안내해줬다. 46도란 말에 기가 질렸다. 기내에서 나오자마자 역한 냄새가 났다. 입국 수속을 받으려 줄을 섰다. 분명 에어컨이 가동될 텐데 너무나 더웠다. 공항 천정에서 빙빙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의 열기까지 합세해 숨쉬기가 힘들었다. 우리 팀은 현지에서 사역하는 K 선교사님의 안내에 따라서 버스로 이동했다.  

인도에는 3억3000만 개의 우상이 있다고 한다. 인간이 우상을 만들기에 매일 새로운 신들이 탄생하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도 신으로 숭배되고 있으며 길거리의 특별한 돌들도 신격화되고 있다. 솔직히 인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신을 만들든, 어떤 종교를 믿든, 그들이 얼마나 곤핍하게 살 건, 나와는 상관없었다. 그것은 그들의 사정이었다. 빨리 한국으로 가고 싶었다. 인도에는 인도로 부르신 특별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심한 갈증이 났다. 침을 삼키면서 속으로 절규하듯 외쳤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를 인도 선교사로 부르지 않아서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그러나 주님의 부르심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월드미션 인도팀은 사역의 일환으로 남인도 벵갈로르 지역에서 사역하는 L 선교사님께서 세우신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 중에 인도팀원들의 몸 찬양 순서가 되었다. 우린 앞에 나와 몸 찬양을 했다. 처음엔 연습한대로, 다소 기계적으로 찬양을 드렸다. 그런데 찬양이 지속되면서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뱃속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직 하나님만 생각하며 찬양을 드렸다. “내 목소리를 높이고, 내 손을 높이 듭니다. 당신께 우리 삶을 들여 올립니다. 당신께 바칠 제물로….” 갑자기 영어로 제물(offering)이란 단어가 심장 깊숙하게 박혔다. 그것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때 하나님이 나 외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작은 음성으로 내게 말씀하셨다. “내 사랑하는 딸 정희야, 나를 위해서 인도로 오지 않겠니?” 인도 땅을 밟은 지 며칠 동안 그다지도 인도를 부담스러워 했던 내가 아니었던가? 그런 나에게 하나님은 인도행을 청하셨다. 난 ‘오지 않겠니?’라는 그분의 청유형 어조에 가슴 찡했다.

하나님의 요청에 “예!”라고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며칠간 지낸 인도에서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믿음 생활을 한 이후부터 선교사 사명을 받았다고 생각했고 호기롭게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오리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한국에선 선교 열정으로 뜨겁게 뛰었던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정작 선교 현장에서의 부르심 속에서 약해져갔다. 

그때 다시 성령께서 역사하셨다. 내면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정희야, 넌 무엇을 위해 살겠니? 이 땅에서 집을 지을 생각이니? 그 곳은 너의 집이 아니야. 너의 집은 따로 있단다. 잠시 뒤에 넌 결국 집으로 돌아와야 해. 집으로 올 때까지 네가 할 일이 있단다. 그 일 마치고 와야지.” 나는 “집으로 가자”는 성령님의 세미한 음성에 거꾸러졌다. 그 권유에 순복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