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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주장관 내정자 무속신앙인 - 최태민 '현몽' 연상시켜

배남준 2016. 11. 8. 07:54

“명상 중 상투 튼 전봉준 만났다”… 최태민 ‘현몽’ 연상시켜 기사의 사진

지난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단민족 구국천제 재현 문화행사’에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왼쪽 원 표시)가 민속 의상을 입고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YTN 영상 캡처



"명상을 하는데 상투를 하고 흰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나 나를 데리고 옆방 서고로 가서 책 한 권을 꺼내 주면서 꼭 읽어보라고 하였다. … 꼭 보고 앞으로 국정에 참고하라는 것이었다. 노인은 전봉준 장군이었고 그 책은 정조 때의 '일성록'이었다."(240쪽) 

"명상공부를 할 때 체험한 바에 의하면, 필자는 이 지구 땅에 47회나 여러 다른 모습으로 왔었다. 바다 속에서 태어난 적도 있었고,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도 여러 나라에서 태어났으며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224쪽) 

"내 영혼의 블랙박스는 하늘에 있는 것이다. 머리를 비우고 조용히 관조(觀照)하면 하늘에 있는 내 블랙박스에서 필요한 정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내가 반성해서 깨달으면 하늘의 블랙박스에 있는 나쁜 죄의식의 정보도 자동으로 삭제된다."(240쪽) 

"영혼은 메모리칩 두개를 갖고 하늘로 간다고 한다."(228쪽)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가 무속사상의 우월성을 알리고 실천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펴낸 책의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을 현혹시켰던 사이비 교주 최태민을 연상시킨다. 블랙박스 등 현대적 용어가 일부 등장하지만 ‘현몽’을 내세우는 등 유사한 점이 많다.  

국민일보가 7일 입수한 박 내정자의 책 ‘사랑은 위함이다’(운주사)에 따르면 그는 명상, 마인드 콘트롤, 무속신앙을 삶 속에 실천했으며 국가정책에도 적용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교회가 강하게 반대했던 ‘붉은 악마’를 기획한 것도 박 내정자였다.  

박 내정자는 2013년 5월 펴낸 285쪽 분량의 이 책에서 “필자가 명상공부를 할 때 체험한 바에 의하면, 필자는 이 지구 땅에 47회나 여러 다른 모습으로 왔었다”면서 “바다 속에서 태어난 적도 있었고,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도 여러 나라에서 태어났으며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224쪽)고 주장했다.

그의 무속신앙은 전봉준(1855∼1895) 장군을 만났다는 대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박 내정자는 “필자가 열심히 나라 걱정하면서 정책을 연구할 때였다. 명상을 하는데 상투를 하고 흰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나 나를 데리고 옆방 서고로 가서 책 한 권을 꺼내 주면서 꼭 읽어보라고 하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해야 할 중요한 정책이 다 들어 있으니 꼭 보고 앞으로 국정에 참고하라는 것이었다”면서 “노인은 전봉준 장군이었고 그 책은 정조 때의 ‘일성록’이었다”(240쪽)고 소개했다. 일성록은 1752년부터 1910년까지 국왕의 동정과 국정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블랙박스 메모리칩 등 첨단기기와 무속신앙을 연결해 현실을 초월한 미신적 세계를 소개했다. 박 내정자는 “내 영혼의 블랙박스는 하늘에 있는 것이다. 머리를 비우고 조용히 관조(觀照)하면 하늘에 있는 내 블랙박스에서 필요한 정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면서 “내가 반성해서 깨달으면 하늘의 블랙박스에 있는 나쁜 죄의식의 정보도 자동으로 삭제된다”(240쪽)고 적어 놨다. 

인간 스스로 ‘셀프’ 죄 사함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영혼은 메모리칩 두개를 갖고 하늘로 간다고 한다”(228쪽)는 황당한 주장도 써 놨다. 

박 내정자는 이 같은 생각을 공직 은퇴 후인 2009년에 수강한 경희대 사회교육원의 하늘빛명상강좌에서 배웠다. 그가 ‘스승’이라고 칭한 안소정씨는 이 강좌에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빛을 발산하며 공부를 지도하는 특이한 방식’의 명상방법을 가르쳤다. 안씨는 계룡산과 태백산 산사에서 공부한 것으로 나온다(246쪽).

박 내정자는 2002년 월드컵 때 행정자치부 월드컵지원국장을 맡으며 ‘붉은 악마 응원단’을 기획한 일도 소개했다. 그는 “시합은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이 해냈지만, 붉은 악마와 김덕수 사물놀이단을 기동화시켜 만든 한국팀 필승전략, ‘칠만 관중 붉은 응원단’은 행정자치부 월드컵지원국장이던 필자가 기획한 것”(6쪽)이라고 밝혔다.

박 내정자는 7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광화문 광장 기도회(굿판)에 참석한 것은 북한의 전쟁위협과 일본의 지진 등으로 사람들이 불안해해 문화행사를 실무적으로 도와준 것”이라며 “(책은) 안씨의 강의를 들으며 이해한 것을 쓰거나 일부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