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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슈바이처 - 바보 의사 장기려 박사

배남준 2016. 11. 5. 07:03

  [최석호의 골목길 순례자-바보 장기려] 전국민의료보험 시대를 열다 기사의 사진

장기려 박사와 가족들. 월남 전으로 뒷줄 오른쪽이 장 박사. 아기 안은 여성이 부인이다(위). 아래는 2011년 공연된 장기려 탄생 100주년 기념 뮤지컬 ‘장기려, 그 사람’의 한 장면.


-   최석호의 골목길 순례자 - 국민일보 2016.11.5


1884년 12월 4일 밤 10시 우정국 개설 축하 연회장 밖에서 불이 난다. 연회장에 있던 민영익은 급히 밖으로 달린다. 심한 자상을 입고 묄렌도르프의 집으로 후송된다. 서양의사 알렌 선교사는 극적으로 민영익을 되살린다. 명성황후 친정 조카를 되살린 알렌에게 고종이 묻는다. 무엇을 원하는가? 

알렌은 서양식 국립병원의 설립을 제안한다. 1885년 4월 10일 제중원(현 세브란스병원)을 설립한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세운 근대식 병원이다. 평양 기홀병원, 전주 예수병원, 광주 제중원(현 광주기독병원) 등 선교사들은 전국에 병원을 짓는다. 

한국 그리스도인이 세운 병원은? 장기려가 설립한 복음병원이다. 장기려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고, 쌀독에 쌀이 있고,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더 키울 수 있고, 사진첩에 추억이 있고, 슬플 때 볼 바다가 있고, 밤하늘에 별이 있다고 기뻐한 크리스천이었다. 부산사람들은 장기려를 바보라고 부른다. 약간 이상하기는 하다.

1932년 경성의전(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수석 졸업 한 장기려는 1940년 평양 기홀병원(Hall Memorial Hospital)에 부임한다. 1950년 평양 산정현교회 주일예배를 마치고 부산으로 피난하여 제3 육군병원에서 근무한다. 1951년 부산 제3영도교회 창고에 천막복음병원을 설립한다. 산정현교회에서 목회를 했던 부산 삼일교회 한상동 목사는 고려신학교와 복음병원을 합치자는 제안을 한다. 1956년 송도 언덕배기에 3개 동 신학교와 1개 동 병원을 신축한다. 오늘날 고신대학교와 의과대학 부속 복음병원이다.  

월급날이 되어도 수령할 돈이 없다. 모두 가불해서 가난한 환자들 치료비를 대신 낸다. 그래도 치료비를 내지 못하는 가난한 환자들에게는 도망가도록 뒷문을 열었다. 병원에서는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대안을 찾는다.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에서 시작한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이다. 1968년 723명 조합원에게 매달 의료보험료 60원을 받고 시작한다. 담배 한 갑에 100원하던 시절이니 사실상 무료진료다. 1989년 6월 30일 조합을 해체한다. 1989년 7월 1일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모델로 한 전국민의료보험을 시작한다. 바보 장기려는 집 한 칸 양복 두 벌 남기지 않고 1995년 성탄절 소천한다. 

                                                          최석호 <목사·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