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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입양인들 친구되고 싶어요 - 美 입양인 레이첼 보일씨

배남준 2016. 11. 7. 13:16


“상처입은 입양인들 친구 되고 싶어요” 기사의 사진

보일씨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홍지문길 상명대에서 열린 제3회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국제교류전에 출품한 ‘휴먼스 해브 심즈’ 작품. 엄마의 탯줄과 연결된 태아의 모습을 실 등으로 표현했다. 레이첼 보일씨 제공




한국의 고풍스런 아름다움이 녹아있는 경복궁 등 궁궐을 보는 순간 매료됐다. 알록달록한 실로 자수를 놓거나 면을 염색하는 등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가장 신기했다.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한국이 자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쌍둥이 자매와 함께 미국의 크리스천 가정에 입양된 레이첼 보일(30)씨 이야기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섬유미술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마포구 학교 부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하나님께서 모국인 한국에 대한 사랑을 부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일씨는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회장 정애리 목사)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홍지문길 상명대에서 개최한 제3회 InKAS 국제교류전에 참여했다. 15개국에 입양된 한국인 출신 작가와 국내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입양인의 치유와 회복을 도모한 이 행사에서 보일씨는 ‘휴먼스 해브 심즈(humans have seams)’라는 작품을 전시했다. 엄마의 탯줄과 연결된 태아의 모습을 실 등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친엄마를 생각했고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에게 희망이 있는 한 승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보일씨는 한 살 때 쌍둥이 자매(사라 보일)와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자신이 입양됐다는 것을 자각한 어린 시절엔 양엄마와 2명의 미국인 오빠를 믿지 못했다. 마음속에 버려졌다는 거절감이 은연 중에 자리한 것이다. 그러나 양가족의 진심어린 사랑에 보일씨는 어느새 마음의 문을 열었다.

양엄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억척스럽게 일하며 4남매를 신앙으로 양육했다. 보일씨는 “엄마가 홀로 어떻게 우리 4남매를 키웠는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하나님이 엄마의 기도를 들어주셨던 것 같다”며 웃었다. 또 “넉넉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엄마의 사랑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비루함을 조금도 느낀 적이 없다”며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보일씨는 2009년 미국 아주사퍼시픽대를 졸업한 후 한국에서 열린 한 영어캠프 봉사자로 참석하며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2011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친부모를 만났다. 

“행복 슬픔 두려움 등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친엄마와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달려가 펑펑 울었지요. 너무 가난해서 우리 자매를 키울 능력이 안돼 입양을 선택하셨다며 우셨어요. 우리 자매는 그 자리에서 부모님을 용서했고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보일씨는 봉사활동을 하며 수많은 입양인을 만났다. 성장 과정에서의 상처 등으로 우울증을 겪는 입양인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는 “인생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며 “내가 만난 하나님을 전하고 그들을 위로해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가족이 없는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크다.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죠. 한국에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섬기는 봉사를 계속 하고 싶어요. 통일 후 북한에도 가족이 없는 아이들이 많이 있을 텐데 여러 방면에서 그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