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현관에 들어서니
어머니의 신발 한 켤레
구부정히 앉아 있다
새벽기도를 다녀오셨는지
가지런히 두 발 모으고
묵상 중이다
희끗희끗 서리 앉고
주름 깊게 패인 모습으로
무릎 꿇었다
진흙이 검버섯으로 피어
못 다한 간구하듯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삼백예순날 캄캄한 새벽
눈물 자루 무거워
뒷굽 관절이 다 닳았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 위한 기도로
온 몸이 까맣게 탄 채
퉁퉁 짓무른 눈
현관문 열어 놓고
소금 꽃 하얗게 불 밝혔다
밤새 세상을 떠돌던 내 신발,
마른 잎처럼 서성이는데
발바닥 지문 사라진
어머니 신발
아랫목으로 다가와
내 신발 감싸 안는다
뭉클,
어머니 신발 곁에 앉아
두 발 모은다
그분,
때 묻은 내 신발도 받아주실까?
정경해
당선 소감
“당신들의 기도 덕분… 주님만 보며 살 것”
잠깐 터널 속에 갇혔었습니다. 캄캄한 그 끝, 한줄기 빛이 손짓을 했습니다. 밤마다 두 손으로 퍼 올린 눈물, 주님이 받으셨나 봅니다.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당신들의 기도 덕분입니다. 굽이굽이 재활의 길이 아득했지만 인내로 감싸주며 사랑을 준 가족들, 감사로 평생 섬기겠습니다.
여든 다섯의 어머니, 새벽마다 무릎 꿇어 주심 고맙습니다. 당신의 눈물로 인해 지금의 자리에 섭니다. 저도 내 아이들을 위해 눈물 바치겠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시는 스승 이승하 교수님, 고맙습니다. 나의 하나님, 이 영광 올립니다. 일평생 주님을 바라며 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1956년 충북 충주 출생 △중앙대 문화예술학 석사 △제27회 인천문학상 수상
-국민일보 2016.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