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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어리석은 자에게는 하나님이 없다

배남준 2017. 12. 8. 14:05

 

 

[시온의 소리] 어리석은 자에게는 하나님이 없다 기사의 사진 

박노훈 목사(신촌성결교회)  

 

1627년 렘브란트는 21세의 젊은 나이에 성경의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화폭에 담았다. 그림 속에는 어두운 방에서 나이 든 부자가 동전 한 닢을 주의 깊게 불빛에 비춰 보고 있다. 그는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안경을 끼고 무언가를 살피고 있다. 그의 방안에는 온갖 서류가 가득하고 책상 위에는 금화와 은화가 쌓여 있다. 그리고 그의 주변 사방에는 깊은 침묵이 드리워져 있다. 
 
촛불에 동전을 비춰 보는 그의 모습은 빈틈없는 자산관리를 떠올리게 하고, 촘촘히 쌓인 서류는 수많은 계산과 거래를 짐작하게 한다. 그는 밤잠을 잊고 열심히 일하며 더 큰 곳간을 짓는, 부지런히 미래를 설계하는 똑똑한 사람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가 왜 어리석은 자로 지목되었을까?  

비유 속의 부자는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고 곡식을 쌓아둘 곳이 없어 궁리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방법을 찾아낸다.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 창고를 헐고 더 큰 것을 지어 거기에다 내 곡식과 재산을 넣어 두어야지. 그리고 내 영혼에게 말하리라.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이제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러니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때 하나님은 그에게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네게서 도로 찾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쌓아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눅 12:20) 

하나님께서 직접 등장하시는 성경 속 유일한 비유다. 하나님이 그에게 나타나셔서 “나 여기 있다”고 말씀하신다. 사실 부자에겐 지금까지 ‘나’만 있었다. 그의 짧은 독백 속에 ‘나’란 말은 무려 다섯 번이나 반복된다. 그에게 ‘나’ 외에는 없다. 그의 이야기 속에 유일한 주인공은 ‘나’뿐이다. 그 자신이 재물의 주인이요, 역사의 주인이다. 

그러나 그의 시간도, 재물도 그의 것은 아니다. 그의 추수에는 사계절의 변화, 비와 햇볕의 교차, 낮과 밤의 순환, 물과 흙의 혼합, 빛과 바람의 조화, 맑은 공기의 흐름…. 하나님의 모든 신비가 담겨 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다. 

그가 어리석은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님 없이 살고 있다.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다. 어리석은 자에게는 하나님이 없다!

하나님이 말씀을 시작하시자 부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하나님이 등장하시자 그는 무대에서 사라진다. 하나님의 소환명령이 떨어지자 그가 쌓은 재물은 그를 떠나 다른 주인을 찾아간다. 그는 결국 곳간을 짓다가 인생을 끝낸다. 곳간에 곡식을 쌓다가 인생을 마친다. 아파트의 평수를 늘리고 화장실의 개수를 늘리다가 인생을 마치는 요즘 세태와 다름없다. “그가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그 영광도 그를 따라 무덤까지 내려가지 못하리라.”(시 49:17) 

비유 속의 부자와 가장 대조적인 인물은 성경의 욥이다. 그는 어느 날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때 그는 자신의 생명도 재물도 그리고 자녀들까지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한다. “모태에서 빈손으로 태어났으니, 죽을 때에도 빈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주신 분도 주님이시요, 가져가신 분도 주님이시니, 주님의 이름을 찬양할 뿐입니다.”(욥 1:21) 

어리석은 부자는 재물에 가려 끝까지 주의 은혜를 모르고 죽어갔다. 그러나 욥은 모든 걸 거두어 가셨지만 주의 은혜에 감사하였다. 그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세상이 움직인다는 걸 알았다. 그가 다시 자녀와 재산을 회복하는 순간에도, 그는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며 겸손하였다.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대한민국이 2017년 12월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혜로운 자는 하나님을 안다. 그 뜻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기억하라. 어리석은 자에게는 하나님이 없다! 

                                                                                                                    박노훈(신촌성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