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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이 생명을…” 낙태 클리닉서 돌아선 엄마와 이를 인도한 美 교수 이야기

배남준 2017. 12. 8. 13:55
“하마터면 이 생명을…” 낙태 클리닉서 돌아선 엄마와 이를 인도한 美 교수 이야기 기사의 사진
낙태에 관한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임신부 배 속에 있는 태아의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왼쪽)과 성인 손가락을 붙잡고 있는 아기의 손가락에서 생명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국민일보DB,픽사베이

 

‘임신중절 병원 앞에서 기다린 세월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기독언론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이 같은 제목으로 실린 카렌 프라이어(미국 리버티대학) 교수의 기고문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프라이어 교수는 과거 10년 넘게 임신중절 병원 앞에서 임신부들의 임신중절을 만류하는 활동을 펼친 적이 있다. 기고문엔 그의 요청으로 낙태 대신 출산을 선택한 여성으로부터 20년 만에 “내 아들을 살려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받은 일화 등이 담겨 있다.

프라이어 교수는 10여년 동안 지역 임신중절 병원 앞에서 병원을 드나드는 임신부들을 만나 “내가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임신중절 병원을 찾는 이들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경우가 많았다. 프라이어 교수는 “임신중절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며 “추위와 더위뿐 아니라 임신부의 남자친구, 병원 직원들과 싸우고 욕설을 견뎌야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다가도 단 한 명의 임신부가 낙태를 하지 않기로 결심할 때마다 모든 고통이 해결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프라이어 교수는 얼마 전 자신의 SNS 계정으로 한 여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20년 전 15세 때 임신중절 병원 앞에서 프라이어 교수를 만났다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당시 이틀짜리 낙태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과정 첫날 내 배 속에서 아이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면서 “그다음 날 병원 가는 길에서 당신을 만났다”고 했다. 이어 “당신은 내게 성경을 읽어줬고 다른 선택지들이 있다고 알려줬다”면서 “결국 나는 그날 낙태 과정을 중단하고 임신을 유지하기로 결심했으며, 그때 낳은 아들이 이제 대학생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그 아이는 내 인생에서 내가 받은 최고의 것이며 아들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리곤 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일화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프라이어 교수가 낙태를 고민하는 임신부에게 “낙태는 생명을 경시하는 죄”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프라이어 교수는 홀로 두려움에 떨던 그녀를 위로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줬다. 이 여성은 “그날 당신은 나를 당신의 집으로 데려갔고 한시도 나와 떨어지지 않았다”며 “또 나를 교회로 데려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기관을 소개해 줬다”고 프라이어 교수의 세심한 배려에 고마움을 표했다. 프라이어 교수는 이에 대해 “아이들을 씻겨주거나 산모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기관들을 그녀에게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한 아이의 목숨을 살린 프라이어 교수의 일화는 현재 낙태법 폐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에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생명 사랑의 열매를 두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함준수 기독교생명윤리협회 대표는 지난달 낙태법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국가는 종교단체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원치 않는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정상적 성장과 미혼모들의 수월한 양육을 돕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는 물론 교계도 새겨들을 대목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