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도소 소망합창단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제38회 세진음악회에서 직접 작사한 곡 ‘예수님을 찬양’을 합창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제공
-오늘은 죄수복 대신 연미복 입었습니다 -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예배당. 예배당 한쪽에 푸른색 수의를 입은 남성들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맹추위만큼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예배당이 온기로 채워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 무대에 오른 이들은 널찍한 예배당을 묵직한 중저음 화음으로 채웠다.
이날 저녁 기독교세진회(이사장 백현기) 주최로 진행된 ‘제38회 세진음악회’에 앞서 펼쳐진 소망교도소 소망합창단의 리허설 장면이다. 대기실에서 만난 이은철(가명·44)씨는 “지난 3월 단원이 된 후 교도소 밖 무대에 서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씨에게 합창단은 신앙의 출발점이자 삶의 전환점이었다.
“합창을 하며 찬양을 알게 됐습니다. 찬양은 ‘곡조가 있는 기도’라고 하잖아요. 일상에서 찬양으로 기도하다 보니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더군요. 매일 아내와 편지를 주고받는데 변화하는 절 보면서 아내도 지난 6월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틀 뒤 교도소에서 세례를 받기로 했는데 오늘 무대만큼 뭉클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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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음악회는 전문 음악인과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한 무대에서 음악으로 소통하며 희망을 전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매년 음악회를 열며 수용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수용자 가족, 지인, 출소자들을 초청해 위로한다. 이날 음악회에선 영화 ‘하모니’로 감동을 전했던 청주여자교도소 ‘하모니 합창단’, 결손·다문화 가정 청소년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푸른 초장’, 테너 하만택, 메조소프라노 김수정 등이 신분과 실력을 뛰어넘는 화합의 무대를 선보였다.
여섯 번째 공연순서. 소망합창단이 무대로 올랐다. 수의에 고무신, 번호표를 달았던 수용자 모습 대신 연미복과 검정색 나비넥타이,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24명의 단원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때로 유혹도 있겠지. 하지만 언제나 주님을 찬양하고 싶어. 찬양하자 주님을 위해. 감사하자 주님께 영광.”(‘예수님을 찬양’ 중에서)
단원들이 직접 작사한 노랫말이 경쾌한 리듬을 타고 흐르자 객석에선 박자에 맞춰 박수 연주가 시작됐다. 어깨춤을 추며 율동할 땐 익살스러운 표정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힘찬 점프와 함께 “할렐루야”를 외치며 곡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결국 단원들은 관객의 박수를 반주삼아 앙코르 송 ‘학창 시절’까지 들려준 뒤 무대를 내려왔다.
무대 위는 오롯이 단원들 것이었지만 퇴장은 달랐다. 무대 아래엔 교정 직원들이 계호(戒護)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단원과 직원들은 한 사람씩 짝을 지어 예배당을 나섰다. 합창단원이 되어 담장 밖 세상으로의 짧은 외출을 마친 뒤 수용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1000여명의 관객은 열을 맞춰 퇴장하는 이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관객들 틈에서 박수를 보내던 한 할머니는 “아들 얼굴을 또렷이 보고 싶었는데 자꾸 눈물이 흘러 흐릿한 모습만 봤다. 노래 한 곡만 더 했으면 좋겠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합창단을 지도하는 송병채(50·한강교회) 집사는 “오늘 객석에서 무대를 지켜본 합창단 출신 출소자들도 가슴이 뜨거웠을 것”이라며 “지난 1일이 창단 6주년이었는데 앞으로도 ‘갇힌 자’로 살아가는 수용자들이 주홍글씨를 떼고 세상을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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