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선교단체인 학생신앙운동(SFC) 회원들이 지난 3일부터 2주간 경기도 양평 덕촌교회(최기호 목사)에서 농촌비전트립(농비립)을 진행하고 있다. 또래들은 취업준비로 한참 바쁠 때이지만 농촌에서 땀 흘려 노동하며 영성과 기도로 재무장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양평의 농비립 현장을 11일 찾았다.
전날까지 120㎜가 넘는 폭우가 내렸지만 이날은 구름만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학생들은 “해가 구름에 가려 일하기 딱 좋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흙이 말라붙은 티셔츠와 땀에 젖은 머리칼, 낡은 삽자루까지 들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농민 청년이었다.
학생들은 블루베리 묘목을 가득 실은 외발 손수레를 능숙하게 끌어 비탈길을 오르고 묘목을 심을 구덩이를 삽으로 날렵하게 파내려갔다. 농촌생활 일주일 만에 농사꾼이 다 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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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농촌의 일과를 따라가며 도시에서의 삶과는 다른 일상을 체험하고 있었다. 오전엔 덕촌교회 인근 블루베리 농장에서 묘목을 심는 법을 배우고 직접 수확도 하면서 농사일을 경험했다.
삽으로 땅을 파고 밭에서 자갈을 골라내는 힘든 노동 중에도 학생들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한 학생은 블루베리 농장을 찾은 기자에게 다짜고짜 “장갑 드릴까요”라고 물으며 장난을 쳤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20대들이라 대충 일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기우였다. 블루베리 묘목의 뿌리가 다치지 않게 정성스레 밭에 옮겨 심는 모습에선 사뭇 진지함이 묻어났다.
오후에는 SFC간사들이 덕촌교회에서 하는 강의를 들으며 지성을 갈고 닦았다. 학생들은 기독교와 정치, 노동과 영성, 구제와 봉사, 기독교적 대안공동체 등의 까다로운 주제를 공부하면서 신앙을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의를 맡은 전라지역의 이풀잎 간사는 지난 3월부터 한 달 동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약 800㎞를 걸었던 경험을 나눴다. 이 간사는 “대학시절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현실감각을 잘 기르는 게 중요하다”며 “고민을 깊고 다양하게 한 사람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도 힘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비립을 통해 학생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는 다양했다. 류지수(25·여)씨는 “도시는 과정 없이 결과만 보여주지만 농촌은 하나님이 풀 한 포기, 열매 하나를 통해서도 섭리하고 계시다는 걸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속적 성공을 염두에 둔다면 스펙을 쌓는 데 몰두하는 게 맞다”면서도 “하나님 앞에서의 성공은 소중한 것을 드려 순종하는 것이다. 하나님께 시간을 내어드리는 지금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덧붙였다.
농비립에 다섯 번째 참석한다는 최민(24)씨는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정신없이 살던 도시를 잠시 떠나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게 농비립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SFC 농비립 담당자인 최갑주 간사는 “기독청년들이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면서 “땀 흘려 노동하고 직접 밥을 지어먹고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면서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는 게 이번 비전트립의 취지”라고 밝혔다.
양평=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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