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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삶이 곧 설교" "교회가 성경에서 너무 멀리 왔다" -오창학 원로목사

배남준 2017. 7. 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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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간디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때 입구에 걸려 있던 'My life is my message'라는 글귀를 잊지 못합니다. 그 문장이 제 좌우명이 되었어요. 제 삶이 곧 제 설교인 거죠."

서울 창천동 신촌교회 오창학 원로목사(78)는 이런저런 미담을 듣고 찾아간 기자에게 "훌륭한 분도 많은데 왜 깜냥도 안 되는 나를 찾아왔냐"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7년 전 담임목사를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 전액을 반납했다. 은퇴후 교회에서 마련해준 아파트 소유권도 교회에 돌려줬다.

"1960년대 강원도에서 공병장교로 군생활을 했는데 전역할 때 받은 퇴직금을 근처 산골 교회 짓는 데 기부했어요. 너무 기분이 좋고 행복했습니다. 그때부터 깨달았죠. 하나님이 다 먹여 살려 주시는데 내 개인 재산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오 목사는 어려웠던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는 삶을 살아왔다. 평안북도 강계에서 태어난 그는 6·25 때 월남한 부모님을 따라 강원도와 부산에서 성장했다. 국립수산대학을 졸업하고 군생활을 마친 그는 다시 장로회 신학대학에 들어가 목사가 됐다. 목사가 된 이후 그는 강원도 오지에서 선교를 하다 서울로 올라와 영락교회를 거쳐 신촌교회에 자리 잡았다.

그는 한국 개신교가 비판받는 이유가 양적 발전에 치우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목회자는 정직해야 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행일치가 돼야죠. 지금 교회는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후퇴하고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일제시대 때 기독교 신자가 20만명이었어요. 전체 인구의 1%였는데도 만세운동을 하고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세우며 봉사했어요. 지금은 1000만명에 가까운 개신교 신자가 있다고 하는데 뭘 하고 있나요. 신학교가 너무 많아요. 목사가 넘쳐나는데 교회는 질적으로 뒷걸음질하고 있어요."

오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지금 예수님이 오신다면 그분도 휴대폰도 하고 비행기도 타시겠죠. 하지만 성경, 십자가, 구원 같은 위대한 원칙들이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한국 교회는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해요. 요즘 기독교는 회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요. 회(悔)는 있는데 개(改)가 없어요. 뉘우치고 후회는 하지만 뭔가를 고치고 바꾸려고는 안 해요. 이제 개(改)를 실천해야 해요."

오 목사는 평생 지켜온 두 가지 습관이 있다. 하나는 일기를 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벽기도를 하는 것이다.

"16세 때부터 63년 동안 일기를 썼어요. 구두닦이를 하고 신문배달을 할 때부터 써온 것이죠. 나를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4시나 5시에 새벽기도를 한 것은 내 신앙에 대한 예의였죠. 새벽기도가 지금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가져다주었죠."

오 목사는 지금도 오지 교회에 봉사를 다닌다.

 

실제로 가서 본 농어촌교회의 현실에 그는 가슴이 아프다.

"몇 개 대형 교회들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지방에 있는 작은 교회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한국 교회가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너무 가난해서 목사님이 직접 농사를 지어 겨우 유지하는 교회도 많아요."

오 목사는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는 고린도 전서 10장 31절을 자주 외운다.

"오직 예수만을 생각해요. 모든 것은 그분이 주시는 거죠. 제 것이 아니에요."

                                                                                          [허연 문화전문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