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탄 강호약(21·몽골 울란바토르 연합신학대 2학년)은 10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네 깡패였다. 사람도 때리고 돈도 뺐고 물건도 훔쳤다. 친구들 중에는 살인죄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도 있다. 그런 그가 5년 전부터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전도하던 여학생들을 만난 게 계기였다. 그의 장래 희망은 지금 목회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
깡패를 신학도로 만든 주인공은 몽골 복된교회를 맡고 있는 초이질자브 보르마(61·여) 목사다. 강호약이 출석하는 교회 담임인 그녀의 인생 또한 강호약만큼 극적이다. 한국을 방문 중인 보르마 목사와 교회 청년들을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나섬공동체(유해근 목사)에서 만났다.
불법체류자에서 목회자까지
보르마 목사는 1996년 2주짜리 초청 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 양계장 등에서 불법체류자로 1년2개월을 일하며 돈을 모았다.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노린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하자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현 나섬공동체)를 찾았다. 이곳을 통해 밀린 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선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또 다른 세상을 목격했다. “그토록 힘을 불어 넣어주는 말씀(설교)은 처음 들어봤어요.” 그녀의 당시 고백이다.
‘불법 체류자냐 또 다른 삶이냐.’ 보르마 목사는 후자를 선택했다. 몽골로 귀국한 그녀는 한국인이 현지에 세운 몽골연합신학교를 졸업했다. 전도사 사역까지 마친 그녀는 나섬공동체 도움으로 다시 한국에 들어와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목회학석사(MDiv) 과정에 입학했다.
고된 학업을 꿋꿋하게 감내한 그녀는 ‘외국인 노동자 출신 목회자 1호’ 타이틀을 얻는다. 당시 유 목사는 보르마 목사에 대해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신앙을 가진 뒤 본국에 돌아가 복음을 전파하는, 이른바 ‘역파송 선교’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몽골 달동네에서 인생 3막을
보르마 목사의 1막 인생이 복음을 모르는 삶이었다면 2막은 하나님을 만나 목회자로 변신한 삶이었다. 지금 그녀는 미래의 목회자를 키워내는 3막 인생을 살고 있다.
2009년 경기도 부천 복된교회(박만호 목사) 파송을 받은 보르마 목사는 현재 몽골 울란바토르 바양골구의 한 달동네에서 사역 중이다. 허성환(65) 선교사가 2년 정도 사역하던 교회를 물려받은 것. 적게는 40명에서 많게는 120명 정도 모이지만 목회는 쉽지 않다.
“라마 불교에 뿌리 깊이 젖어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믿음을 갖는 게 많이 힘들어요. 성실하게 믿지 않아요. ‘하나님을 믿는다’기보다 ‘교회에 나온다’는 쪽에 가깝지요.” 그럼에도 복음화율 4%에 불과한 몽골에서 그녀는 미혼모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보르마 목사는 지난달 27일 교회 청소년 10여명을 이끌고 2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일종의 ‘비전트립(선교여행)’인데, 여기엔 차세대 목회자 강호약도 포함됐다.
이들은 파송교회인 부천 복된교회와 나섬공동체 등에서 다양한 교회 프로그램을 견학하고 예배를 드렸다. 생전 처음으로 바다를 보고 수영을 해본 이들도 적지 않았다.
보르마 목사는 “비전트립은 2012 년에 이어 두 번째인데, 한국교회를 경험하고 스스로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전 한국 방문은 혹한의 현지 몽골 교회에 ‘새벽기도’를 여는 계기가 됐었다.
강호약은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큰 사랑을 주셔셔 감동을 받았다”면서 “몽골에 가서 우리가 받은 사랑을 전하고 전도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부천 복된교회는 이달 중순 은퇴한 60대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 부부를 몽골 복된교회에 파송한다.
외국인 여성 노동자 한 명의 회심이 맺는 복음의 열매가 점점 더 풍성해지고 있다.
이현우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초이질자브 보르마 몽골 복된교회 목사가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광장로 나섬공동체 몽골학교 도서실에서 몽골 현지 교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초이질자브 보르마 목사(앞줄 가운데)와 함께 한국을 찾은 몽골 복된교회 청년들. 뒷줄 왼쪽 첫 번째가 깡패에서 신학생으로 변신한 알탄 강호약. 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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