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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한 평의 교회 '후에버' -연간 100만명 찾아

배남준 2017. 6. 30. 12:53

한 명의 지친 영혼 위한 한 평의 교회 기사의 사진

3.3㎡짜리 예배당인 ‘후에버(WHOEVER)’의 내부 모습. 선박 조타실을 옮겨놓은 듯한 공간에 성경책과 마음의 안식을 주는 그림 등이 놓여있다. 이종진 목사 제공

 

경남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마을 북쪽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해금강 계룡산 몽돌해변 지심도 등과 함께 거제8경으로 꼽힌다. 언덕 위에 오르면 이국적인 모습의 풍차 옆으로 한적한 포구와 바둑알처럼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소개되며 연간 10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순환버스에서 내려 언덕으로 향하는 해안 산책로 입구엔 가로 3m 세로 2m 높이 2m의 작은 배 한 척이 놓여있다. 배의 이름은 ‘후에버(WHOEVER)’호.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은 1평(3.3㎡)짜리 예배당이다. 노란색 작은 창문들이 달린 선체엔 배이름과 함께 ‘누군가 널 위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예배당을 찾는 모든 이들이 ‘나의 소중함’을 깨닫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후에버를 설치한 사람은 도장포마을에서 사역 중인 이종진(해금강교회) 목사다. 이 목사는 28일 전화인터뷰에서 “‘바람의 언덕’을 찾는 수백만명 중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행자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그들에겐 찰나 같은 위로의 순간이 생의 희망을 찾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음은 있었지만 출석성도 30여명의 작은 교회가 재정을 들여 추가로 예배당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한 만남이 기회로 이어졌다. “2년 전 장동학(수원 하늘꿈연동교회) 목사 내외가 우리교회를 찾아오셨을 때 교제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상처 입은 자를 위로하는 예배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요. 장 목사께서 큰 관심을 보이더니 지역에서 협력하고 있는 교회들과 힘을 모아보겠다고 하시더군요.” 

장 목사가 언급한 교회들은 경기도 수원에서 사역중인 수원북부교회(고창덕 목사) 주사랑교회(박훈종 목사) 포도나무교회(윤기영 목사)였다. 교단도 교회규모도 서로 다르지만 부활절엔 네 교회가 함께 연합예배를 드리고 지역 복음화를 위해 서로의 선교역량을 공유하는 교회들이다. 네 교회가 예배당 건축을 위해 1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후에버 제작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이 목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동네주민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거제 남부교회(김훈 목사) 정상우 장로를 찾아갔다. 

“‘배 모양을 한 작은 기도 처소’라는 콘셉트만 있던 상황이어서 설계도면을 그릴 때 애를 먹었어요. 직접 도면에 그려 장로님께 보여드리고 수십 차례 논의를 거쳐 조금씩 모양을 갖춰 갔습니다. 작업 공간이요? 장로님 댁 앞마당이었죠(웃음).” 

2015년 12월부터 4개월여 제작기간을 거친 후에버는 지난해 봄부터 ‘바람의 언덕’을 찾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24시간 내내 찬양이 흘러나오는 후에버의 내부는 실제 조타실의 모습과 동일하게 꾸며졌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타륜, 한 권의 성경책이 눈에 띈다. 천장 벽면에 부착된 LED 패널에선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등 삶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문구와 주요 성경구절이 흐른다. 

“사람들이 놀이기구나 전시물인줄 알고 들어왔다가 잠시 묵상을 하곤 하는데 ‘마음에 평안함을 얻고 간다’는 말을 들을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후에버가 사람을 낚고 영혼을 살리는 베드로와 같은 배가 돼주길 소망합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