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야, 주영아. 제발 눈 좀 떠봐. 얘들아, 도대체 왜 그러니. 흐흐흑.”
1997년 1월 9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동북방향으로 640㎞ 떨어진 신두와 마을에 한국인 선교사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8살짜리 쌍둥이 남매는 살을 에는 추위를 피하려고 밤새 석유난로를 피웠다. 이튿날 아침 남매는 의식을 잃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산소가 부족한 해발 2700m 고지 밀폐된 공간에서 난로까지 피운 게 화근이었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소속 간호사와 함께 10분 넘게 인공호흡을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오, 하나님. 어떻게 선교지에 들어왔는데… 아이들을 이렇게 데려가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왜입니까. 왜.” 선교사 아내는 쓰러지고 말았다.
지난 27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선교사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김진오(51·여) 선교사를 만났다. 20년 전 두 남매를 잃은 이야기를 하던 그의 눈에선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편 이중환(57) 선교사가 갑자기 일어섰다. 북받치는 감정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했다.
‘하나님, 아이들을 왜 데리고 가셨나요.’ 아이들을 방치했다는 자책감이 하루에 수백, 수천번씩 고개를 들었다. 주희와 주영이는 부부 선교사의 일터였던 신두와 가나안영재학교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묻혔다. 아이들과 함께 네팔에 뼈를 묻겠다는 결심에서였다. “그래, 엄마 아빠가 너희 몫까지 열심히 살게.”
부부는 한국에서 3개월을 보내고 다시 쌍둥이가 묻힌 신두와 마을로 돌아왔다. 김 선교사는 “‘사람이 태어나 80세까지 사는 게 정상 아니냐’며 그렇게 답을 달라고 기도를 드렸는데 하나님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면서 “대신 주님은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하셨다”고 울먹였다.
새끼를 잃은 어미의 심정이 통했는지 신두와 마을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학교를 가로채려는 마을 정치지도자의 음해로 지방법원에 끌려갔다. 판사가 입을 열었다. “고의로 아이들을 살해한 것 아닙니까.” “이보시오. 네팔 부모들은 그렇게 자녀들을 해칩니까.”
99년 1월 추방명령이 내려졌다. 95년 11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네팔선교는 4년 만에 초라하게 끝났다.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16시간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선교사는 “한동안 좌절감과 패배감에 암흑기를 보냈다”면서 “자식을 잡아먹은 선교사, 추방된 선교사라는 자괴감과 정신적 충격에 집밖에 나가지도 않았다”고 회고했다.
부부는 다시 마음을 추스렸다. 2000년 8월 동기 선교사가 철수한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선교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주희야, 주영아. 너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갈게.’ 방글라데시 아이들만 보면 네팔에 묻고 온 아이들이 생각났다.
복음의 불모지였던 다카와 200∼300㎞ 떨어진 지방에 유치원과 농장, 진료소, 교회 30개, 학교 3개를 세웠다. 남매를 잃은 선교사 부부가 제2의 선교지에 생명을 걸고 있다는 소문은 금세 퍼졌다.
기성 교단과 여러 교회에선 5층짜리 동대전다카센터와 6층짜리 가나안비전센터를 지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이곳에는 현재 20명의 교단 선교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부부의 꿈은 300여년 기독교 역사에도 복음화율이 0.3%를 넘지 못하는 방글라데시를 변혁시키는 것이다. 이 선교사는 “방글라데시 사역을 하면서 개인주의와 이기적 주민 성향이 잘못된 교육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교육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변화를 도모할 수 없다는 판단에 사범대학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다카 부근에 5000㎡(1500여평)의 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건물을 세우고 학교운영 콘텐츠를 채우는 일은 풀어야할 숙제다.
아이들이 있는 네팔을 얼마나 자주 찾는지 궁금해졌다. 이 선교사는 “미안하게도 2004년 이후론 못 가봤다”면서 “네팔 현지선교사의 말에 따르면 신두와 마을에서 신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청소년들이 유달리 많이 나온다고 한다. 희한한 일”이라며 웃었다.
충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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