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지난달 6일부터 17일까지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900명과 목회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세속화와 물질주의(교인 41.9%, 목회자 33%)가 한국교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혔다. ‘목회자의 자질부족·사리사욕·이기심’과 ‘양적 팽창·외형에 치우침’ ‘개교회주의’가 뒤를 이었다.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교회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이상화 목사는 “기복신앙과 물신주의 같은 세속적 요소를 척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개혁과제라는 인식이 교회 안에 확산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국민문화재단과 국민일보가 13일 개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Refo500) 국제포럼의 발표자로 나섰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개교회주의에 매몰됐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교회 대부분의 사역이 수적 성장에 집중돼 있고 그 과정에서 교인들의 무질서한 수평이동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교회 상호 간 공적질서가 무너졌고, 이단들의 유입이 이뤄졌으며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회 양극화에 대해 여론조사에 응한 교인의 93.1%, 목회자의 90%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 목사는 “양극화 현상을 막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교회가 오히려 양극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목회자의 자질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설문에 응한 교인 중 55%는 목회자들의 도덕수준이 ‘기대보다 낮다’고 답했다. 목회자들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교인들은 물질적 욕심(30.3%), 인격·윤리 부족(20.4%) 언행일치 부족(17.3%) 순으로 답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거룩성을 유지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권징과 치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들의 도덕성과 영성, 인격 함양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인 66.4%, 목회자 89%는 한국교회가 구제·봉사활동 등을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노숙인, 장애인,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것을 교회가 가장 우선해야 할 봉사과제로 꼽고 구제와 섬김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상으로는 ‘기독교적 진리와 신앙을 전파하는 교회’를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이 목사는 “자기반성을 하는 공동체에 소망이 있다”며 “한국교회는 믿음의 선조들처럼 복음전파에 열중하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연약한 이들을 섬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목사는 이 밖에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여성, 청년 등 교회 내 구성원과의 소통강화’ 등을 교회의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논찬을 한 이정숙 횃불트리니티대 총장은 “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상당히 진부한 논제이지만 여전히 중요하다”며 “교파 간의 통합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기 때문에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회 간 연합과 교파 구분 없이 지역 교회들이 서로를 돌보는 실효성 있는 연합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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