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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위협에도 유엔서 증언 /탈북 전효빈양

배남준 2017. 2. 14. 11:47

탈북 전효빈양, 北 살해 위협에도 유엔서 강제노동 증언 “죽도록 일한 기억밖에 없어요” 기사의 사진

북한이탈주민 전효빈양이 10일 오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증언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갈렙선교회 제공




“북한에서 학교 다니면서 죽도록 일한 기억밖에 나지 않아요.”  

10일 오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회의에서 전효빈(17)양은 열악한 북한학생들의 실상을 증언했다. 어린 나이지만 그녀에겐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고, 자신이 겪었던 북한에서의 고초가 그 용기를 불어넣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전양이 유엔에서 북한의 청소년·아동 노동착취 실태를 증언할 것이라는 국민일보 보도(2017년 2월10일자)가 나가자 “죽이겠다”는 협박을 가했다. 그러나 전양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결연하게 유엔 증언을 마쳤다. 고향인 함경북도에서 다녔던 소학교 1학년(7세)때부터 노동력 동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폭로한 것이다.  


전양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오전 학교수업을 마치고 오후시간에 노동을 했다. 이런 일은 상시적인 작업”이라며 “철길이나 도로 개보수 같은 건설현장에 수시로 동원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협동농장에 간 일이 있어요. 한 달간 공동생활을 하는 ‘모내기전투’입니다. 원래 중학교 4학년부턴데 학생이 적어 2, 3학년까지 동원됐습니다. 하루에 100평의 모를 심어야 잠을 잘 수 있었어요.”

새벽에 3시간 정도 일하고 아침밥을 먹고 또 일했다. 옥수수밥, 소금에 절인 염장무, 소금국이 전부였다. 이불을 주지 않아 겨울옷을 입고 잘 때가 많았다.  

겨울에는 장작을 모아야했다. 학생 50명과 교사 3명이 산속에 들어가 통나무로 오두막을 짓고 일주일간 나무를 했다. 수북이 쌓인 눈 속을 하루 10시간 이상 걸으면 손과 발에 온통 물집이 생기기 일쑤였다. 너무 힘들다며 엉엉 울거나 도망치다 붙잡혀 매를 맞는 아이도 있었다. 저녁이면 너무 피곤해 밥도 못 먹고 잠이 들곤 했다.

전양은 “너무 힘들어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 하루 쉬는 것이 모두의 소원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노동 외에 ‘경제과제'도 부담이었다. 매년 토끼 가죽을 초등학생 3매, 중학생은 5매를 바쳤다. 또 못쓰는 쇠와 구리 등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경제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대신 돈을 내야했다. 그녀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에서 요구하는 경제과제와 현금 등을 내지 못하고 그 부담감으로 학교를 그만둔 경험을 전했다.

유엔 관계자는 “전양의 증언 등을 토대로 북한당국에 유엔 아동협약의 위배를 묻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전양은 2015년 10월 탈북했다. 지금은 먼저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녀는 “북한과 달리 자유롭게 놀고 공부하며 교회를 다닐 수 있는 남한생활이 무척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의사가 되는 게 그녀의 꿈이다. “북한에는 일하다 다친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 훌륭한 의사가 돼서 통일되면 불쌍한 북한주민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치료해 주고 싶다”고 했다.

전양의 탈북을 돕고 이번 제네바행에 동행한 김성은 갈렙선교회 대표목사는 “그동안 전양이 고생을 많이 했다. 탈북하다 붙잡혀 강제북송돼 고초를 당했고 혼자 북한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친 청소년이라 유엔 증언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