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포항 고속도로 포항IC 인근 언덕에 자리잡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할렐루야교회(성동경 목사)는 특이하다. 예배당이 천막으로 지어져, 지역사회 ‘열린 공간’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오전 교회 앞. 강원도 춘천에서 천막교회를 구경하러 왔다는 성도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661㎡(200평) 규모의 예배당을 짓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개월 남짓이라고 설명하니, 더욱 놀라는 표정이었다.
예배 끝나면 체육관·음악당 변신
교회는 강풍이나 폭설에도 끄떡없도록 설계됐다. 외관이나 내부가 천막으로 지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아주 견고했다. 1층 콘크리트 시설까지 합쳐 건평 1322㎡(400평) 2층 건물의 건축비용은 총 9억여원 들었다. 2층 본당은 접이식 의자만 한곳으로 정리하면 배드민턴이나 배구와 족구를 할 수 있는 체육관이나 공연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성 목사는 “건물이나 조직이 아니라 하나님만 의지해 살았던 이스라엘 민족의 장막 성전을 재현했는데, 유지보수비가 적게 들고 재활용성도 커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면서 “방음재 등 특수자재를 사용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기 때문에 냉난방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천막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등 초대형시설의 지붕과 같은 소재를 썼다. 성 목사는 “예배당이라 방음과 방열을 완벽하게 해야 했고, 개방감을 주기 위해 창문까지 다는 등 힘든 공사였다”며 “과다한 건축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들을 위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는 보람이 더 크다”고 했다.
예배를 마치면 30·40대 성도들이 의자를 치우고 배드민턴을 치며 친목을 다진다. 가끔은 시민합창단 등이 공연을 신청할 정도로 음악당으로로 손색이 없다고 했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체육행사도 열어 교회가 시민들의 열린 공간으로 쓰입니다.” 교회를 바라보는 성 목사는 뿌듯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독서회로 영·호남 함께 영성훈련
교회의 다른 자랑거리는 성 목사와 지역의 농어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함께하는 독서회. 7년 전 3명으로 시작한 ‘모에드’(하나님의 때를 위해 살며, 하나님의 때를 위해 준비하는 모임)는 현재 회원 12명이 매주 금요일 오전 9시30부터 예배를 시작으로 6시간 동안 이어진다. 책 내용보다, 사랑의 친교보다, 더 우선하는 게 예배다. 매회 성령의 임재를 구하는 예배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독서회 진행에는 리더가 없다. 그날 모임의 모든 것은 자율로 진행된다. 강의와 토론을 지양하고, 오직 삶을 나누도록 암묵적 기준을 지키려 한다. 정해진 책의 내용을 발표하지만 그것은 동기를 부여하고 ‘나의 삶’을 나누는 지렛대로 삼을 뿐이다. 책을 배우는 게 아니라 삶을 배우자는 취지다.
한 주간에 같은 책을 읽는데, 각자 줄을 쳐가며 읽는다. 그리고 줄친 것을 워드 작업으로 노트북에 옮긴다. 전체를 읽고 요약부분을 또 읽는다. 그리고 카페에 올려 서로 보게 하고, 금요일에 모여 다시 읽으며 나눔을 가진다. 결국 한권의 책을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8번 가까이 반복해 읽는 셈이다.
낮 12시가 되면 할렐루야 권사회에서 자원한 2인 1조의 섬김으로 점심교제를 나눈다. 메뉴가 중복되지 않도록 서로 물어가며, 사랑이 넘치는 힐링의 식탁을 만든다. 독서 나눔과 기막힌 하모니를 이룬다.
지난해부터는 전북 남원지역 모임도 시작하고 있다. 호남과 영남 형제들이 한 마음으로 삶을 나누고, 주님께 연합해 헌신하고 순종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함께 모여 한국의 동·서 화합 차원에서 교제하고, 남북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독서회 나눔 책은 벌써 190여권을 돌파했다.
포항=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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