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앙칼럼,뉴스,시,그림

[역경의 열매]10 인도 배정희 선교사- 우리동네 예수살지 않아요

배남준 2016. 12. 9. 07:53

[역경의 열매] 배정희 <10> “우리 동네에는 예수라는 사람 살지 않아요” 기사의 사진

1998년 인도 델리 외곽 노다지역 전도집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아주머니를 위한 축복기도를


1998년 여름 교회 자매들과 시골마을에서 축호 전도를 하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길에서 소똥으로 연료를 만들고 있었다. 우린 그에게 다가가 “예수님을 아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예수라구요? 잘 모르겠네요. 우리 동네에는 예수라는 사람이 살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아, 이 동네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은 살아계신 하나님이랍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지요. 그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우리의 모든 죄가 다 씻기고 구원받아요.”  

“좋은 분이군요. 우릴 위해 돌아가셨다니. 그런데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밥입니다. 구원이고 나발이고 밥 먹여 주는 사람이 최곱니다. 난 사흘을 굶었어요. 배고파 죽겠다구요. 밥 좀 주세요.”


난 그 말에 충격 받았다. 아주머니는 사흘이나 배를 곯았다고 했다. 맨손으로 소똥을 긁어 손톱에 똥이 배어 있다. 온몸에 소똥 냄새가 났다. 그런 상황에서 복음이란 과연 무엇인가. 아주머니는 소똥 냄새가 밴 손가락으로 소를 가리켰다. “여기 보세요. 이 소가 절벽에서 떨어져 등을 다쳤어요. 우리 집의 유일한 재산입니다. 저것마저 떠나면 난 죽어야 해요. 수의사한테 갈 돈이 없어 민간요법으로 약을 만들어 발라 줬어요. 예수라는 사람이 정말 있다면 이 소 다친 데를 낫게 해주면 좋겠네요.” 

소 등에는 소똥과 나뭇잎을 이겨 만든 약이 발라져 있었다. 그 등에 수많은 파리 떼가 붙어 있었다. 아무리 휘저어 보아도 파리 떼는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파리 떼가 꼭 죄의 덩어리 같았다. 수많은 죄들이 이 파리 떼와 같이 우리 인생의 찌꺼기에 기생하며 떨어지려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복음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이런 사람들에게 복음이란 사치스러운 말 같았다.  

이들은 복음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분명히 복음은 능력이고, 생명이라고 성경에 기록돼 있다. 그것을 믿어야 한다. 그 믿음이 확고하게 있으면 복음을 무력케 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도 복음을 전할 수 있다.  

선교 제한 국가인 인도에서는 “예수 믿으세요”라고 해선 안 된다. 대신 “나 예수 믿어요”라고 말할 순 있다. 일상에서 복음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들로 하여금 복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그 이후는 하나님이 하신다. 영혼의 구원 자체도 그분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복음이 무력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소똥 냄새 나는 그 아주머니 생각이 난다. 그럼에도 복음은 능력임을 믿고 선포해야 한다. 그분도 어느 날 밥 먹는 것보다, 소를 치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더불어 선교사로서 복음과 더불어 떡도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떡이 더 중요하고, 그것이 복음을 전할 매개가 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교지에선 떡과 복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어떤 경우에도 우린 복음을 전해야 한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만나는 인도인들마다 이 말을 전한다. “나 예수 믿어요. 예수라는 분을 믿는다고요.” 주 예수 그리스도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임을 아는 자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 앎으로부터 복음의 전파는 시작된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