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영적 대각성 운동은 일어나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지척에 앞두고 한국교회 성도들의 '개혁 의지'가 상승하고 있다. 500주년을 계기로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종교개혁을 기념만 할 게 아니라 단 하나의 영역이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워지자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기독교인들의 강렬한 개혁 염원 속엔 '최순실 국정농단'이란 시국도 한몫 했다. 만천하에 드러난 극단의 타락상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교회부터 새로워지자는 소망을 품게 된 것이다.
단 한 번의 개혁 기회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상당수 크리스천들은 “기념과 행사만 이어지는 똑같은 패턴의 500주년이라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성토했다. 한 네티즌은 “종교개혁주일은 어차피 매년 반복된다. 왜 내년만 달라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500년 만에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라 생각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종교개혁을 유럽 여행으로 치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차라리 루터의 저작들부터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간절함은 내년 1월부터 국민일보와 CBS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나부터 □’ 캠페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 10월 31일, 종교개혁기념일에 선포된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부터 참회와 각성을 선포하고 개혁을 실천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캠페인은 ‘오직 복음으로’의 정신으로 돌아가 변화와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나부터’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독일개신교회(EKD)도 같은 날 베를린 마리엔교회에서 종교개혁일 기념예배를 드리고 ‘종교개혁 500주년 희년’의 시작을 알렸다. EKD 의장 하인리히 베드포드 슈트롬 감독은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를 ‘화해와 출발의 신호’ ‘교회일치를 위한 역사적 기회’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는 독일개신교회가 더 이상 500년 전 과거의 기억과 업적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종교개혁이 초래한 의도하지 않은 교회분열의 역사적 과오를 되새기며 미래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독일개신교회부터’ 변화를 시작하자는 결단이다.
‘나부터’는 하나님의 계획
예수님은 3년간의 공생애 기간 동안 제자들과 군중들에게 ‘나부터’를 강조했다. 예수님이 ‘나부터’란 말을 직접 표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당부와 명령은 ‘나부터’를 전제하고 있다. 나부터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말은 ‘먼저(first)’라는 단어로 유추할 수 있다. 이 말은 신약성경(개역개정판)에만 106번 등장한다.
마태복음만 보자.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6:33)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7:5) 오늘 한국교회에 던지는 예수님 메시지의 압권은 마태복음 23장 26절이다. “눈 먼 바리새인이여 너는 먼저 안을 깨끗이 하라 그리하면 겉도 깨끗하리라.”
구약성경도 ‘먼저’란 말이 53차례 등장한다. 형들에게 시기를 당해 이집트의 노예로 팔렸다 후에 총리가 된 요셉은 하나님이 ‘자신부터’ 보내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부터’는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지이자 계획일 수 있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위해 하나님 ‘자신부터’ 행하셨다. “그는 너희보다 먼저 그 길을 가시며 장막 칠 곳을 찾으시고 밤에는 불로, 낮에는 구름으로 너희가 갈 길을 지시하신 자이시니라.”(신 1:33)
이미 한국교회 24개 교단과 기독대학들은 ‘나부터 □’ 캠페인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짜고 있다. 2017년 1월의 슬로건은 ‘나부터 회개하겠습니다’이다. 17세기 영국 청교도 목회자 토마스 왓슨은 회개를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눈물은 땅에 떨어지지만 거룩한 눈물은 하나님의 병에 담긴다(시 56:8). 죄가 회개의 눈물에 익사하지 않으면 영혼은 불에 타 죽는다. 오늘을 회개의 날로 삼자.”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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