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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11 인도 배정희 선교사 - 처참한 폭우, 끌어안고 함께 울어

배남준 2016. 12. 9. 07:59
[역경의 열매]  배정희  <11> 처참한 폭우 피해 주민 끌어안고 함께 울어 기사의 사진

2010년 9월 홍수피해를 입은 라다크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 배정희 선교사(오른쪽 두번째).



2010년 8월 5일 인도 잠무카슈미르 주에 있는 라다크(Ladakh)에 폭우가 쏟아져 엄청난 피해가 났다. 라다크에 살던 희정 자매로부터 긴급하게 전화 연락이 왔다. “배 선교사님, 라다크로 좀 와주시면 안되겠어요.” 델리순복음한인교회에 출석했던 희정 자매는 인도인 제임스와 결혼해 그곳에 살고 있었다.

나는 애타는 마음으로 도움을 청한 희정 자매에게 일단 가겠다고 약속했다. ‘고갯길의 땅’이란 뜻의 라다크는 히말라야 산맥 북서부와 라다크 산맥 사이에 위치해 있다. 해발 3000m가 넘는 고산지대로 영하 20도를 넘는 겨울이 8개월 이상 지속되는 곳으로 아리아인과 티베트인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비정부기구(NGO)인 굿피플의 양오현 회장님께 연락했다. 굿피플은 긴급구호팀을 보내기로 했다. 난 미리 라다크 지역 현장답사를 위해 김성준 선교사 등과 함께 8월 14일에 라다크로 떠났다. 델리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30분 정도 걸렸다.  


김 선교사와 나는 제임스가 몰고 온 지프를 타고 라다크 공항을 빠져 나왔다. 쓰러진 전봇대가 즐비했다. 뿌리째 뽑힌 산기슭의 나무와 침수된 집들이 보였다. 제임스에 따르면 폭우로 700여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겨울이 다가오기에 내복과 난로, 비상식량 등이 급히 필요하다고 했다. 

폭우피해는 극심했다. 군인들은 흙더미 속에서 죽은 사람의 시신을 찾아내 사진을 찍어 안내판에 붙였다. 도처에서 통곡 소리가 났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폭우가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을 생각했다.

산을 오르면서 일일이 피해 입은 집들을 방문했다. 수재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했다. 통역관을 대동했지만 나는 직접 손짓 몸짓 눈짓으로 그들과 소통했다. 우린 마음으로 위로와 감사를 나눴다. 허리를 다쳐 거동을 못하는 할머니가 계신 집을 방문했다. 밖에는 찬란한 햇빛이 비치고 있는데 방은 너무나 컴컴하고 추웠다. 할머니는 웃옷을 벗고 거죽대기로 몸을 가린 채 누워 있었다.  

통역관에게 “할머니를 위해 기도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간절히 기도해드렸다. “하나님, 할머니에게 참된 평화를 주십시오. 비록 하반신 마비로 거동하기 힘들지만 마음 안에 깊은 평강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무엇보다 할머니가 생명 되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기 원합니다. 주님 이 어두컴컴한 작은 집에 찾아오십시오. 오직 당신만이 빛 되신 구주이심을 고백합니다.”

난 할머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가장 좋은 선물, 가장 좋은 소식은 주 예수 그리스도 밖에는 없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 땅을 떠난다. 라다크 할머니처럼 외관상 비참하게 살건, 한국의 부촌에서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내건, 결국 이 땅을 떠나 최후심급의 골짜기에 선다. 그 때 우리를 도와줄 이는 오직 한 분, 그리스도 밖엔 없다.  

수재민들은 군부대 인근의 큰 텐트 안에 머물고 있었다. 자녀와 남편을 잃은 여자들은 처음 보는 내 어깨에 기대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모든 환경과 처지를 초월해 하나가 되는 방법은 매우 많다. 그 중 하나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내 어깨에 기댄 채 눈물 흘리는 라다크 여인의 체온을 느끼며 나도 울었다. 우린 3일간의 긴급구호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델리로 복귀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