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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사역자 - 하나님이 부르시면 불속에라도

배남준 2016. 12. 5. 20:20

“우리는 북한선교 위해 세워진 탈북민 사역자, 하나님이 부르시면 불속에라도 갈 수 있다” 기사의 사진

한국순교자의소리 공동대표 에릭 폴리 목사(왼쪽 두 번째)가 3일 서울 마포구 한국순교자의소리에서 열린 유유선교학교(Underground University) 졸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순교자의 소리 건물. 이곳에서 ‘유유선교학교(Underground University)’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졸업가운을 입은 7명의 졸업생이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60∼80대 나이의 졸업생들 얼굴엔 감격의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들이 졸업한 코스는 탈북민을 기독교 사역자로 훈련시키는 프로그램. 18주 과정의 유티학교(Underground Techonology)를 포함한 90주 과정이다.

졸업생 이영숙(65·가명)씨는 2001년 탈북했다. 1994년 북한에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몰아닥쳤을 당시 남편은 병사하고 북한군에 복무하던 아들마저 영양실조로 사망하자 탈북을 결심했다. 3명의 자녀를 데리고 중국 베트남을 거쳐 한국 땅을 밟았다. 환경미화원 간병인 야간청소….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이씨의 신앙은 깊어만 갔다. 외할아버지는 평양에서 교회를 세운 장로였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는 설거지를 하면서도 찬송가를 불렀다고 한다.

이씨는 선교훈련 과정에서 태국 이민국수용소에 수감되기 직전의 탈북민들을 찾아갔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절망에 빠진 그들을 보며 이씨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들 앞에서 ‘나도 당신들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고 말해줬어요. 하나님을 전하며 찬송을 불러주고 먹을 것을 나누며 같이 뜨거운 눈물을 쏟았습니다.” 


유유학교 졸업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코스가 있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북한주민을 섬기는 선교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탈북루트인 중국 러시아 몽골 태국 라오스 등지를 방문해 병원이나 교도소, 불법체류자 수용소 등에서 탈북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과정으로 3년의 시간이 걸린다. 

5년전 한국에 들어온 박나경(60·가명)씨는 먼저 탈북한 딸의 전도로 크리스천이 됐다. 북한에서 예술단원으로 활동할 때는 ‘인민영웅’ 대접까지 받았지만, 돌아가신 부모의 출신 성분이 밝혀지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오빠는 정치범수용소를 끌려가 이후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남편이 사망하고 딸은 탈북해 박씨는 북한당국의 감시대상에 올랐다. ‘차라리 이렇게 살 바에야 탈북하자’는 결심으로 중국행에 나섰다. 잡히면 죽겠다고 항상 독약을 가슴에 품고 다녔다고 한다. 탈북할 때 딸이 인편을 통해 보내준 기도문 편지를 읽으며 마음을 다독였다.

하나님의 인도로 무사히 자유의 땅에 정착할 수 있었다는 박씨는 “이젠 숨쉬는 것조차 하나님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도 졸업 필수코스를 통해 중국 선양을 찾았다고 한다. “부모와 헤어진 탈북민 비보호 자녀들, 성매매로 고통을 당하는 탈북여성들을 만났죠. 함께 울며 함께 기도하며 함께 찬송하는 일 외에 같이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그 순간 하나님에 대한 감사함이 모두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평양의 북한 보위부 청사 안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김영란(83·가명)씨도 유유학교 졸업생이다. 2000년 1월 두만강을 넘어 중국의 친척들에게 갔다가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리고 2010년 남한에 왔다. 여든이 넘었지만 그의 목소리를 우렁찼다.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컸어요. 유유학교에서 공부하며 한글도 깨우쳤죠. 어디 가서든 복음을 전할 자신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불속에라도 갈 수가 있습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공동대표 에릭 폴리 목사는 환영사를 통해 “우리는 미래의 지도자를 양육하는 게 아니라 ‘오늘 당장 어디서라도’ 사역에 나설 수 있는 사역자를 양육한다. 세계에 흩어진 탈북민들을 위해 하나님의 영광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설교자로 나선 캐나다순교자의소리 부회장 그렉 머슬맨 목사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절대로 복음전파를 포기하지 말자. 믿음의 경주길 끝에는 주님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말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는 2002년 설립됐다. 세계 20여개국 순교자의소리와 협력해 핍박받는 세계 기독교인들을 돕는다. 순교자의소리는 1967년 리하르트 범브란트 목사가 공산치하의 루마니아에서 세운 선교단체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