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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밥 딜런 -거듭난 복음 전도자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배남준 2016. 10. 15. 07:56

                               “길고 좁은 길이다”… 삶에 지친 이들을 향한 위로 기사의 사진

  팝 가수 밥 딜런은 70년대 말, 기독교 복음을 만나면서 거듭났다. 이후 복음에 입각한 기독교적 가치와 메시지를 담은 앨범을 내기도 했다. 사진은 80년대 초 사진작가 켄 레이건이 십자가상 아래에서 딜런을 촬영한 것이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인터넷 캡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75·본명 로버트 앨런 지머맨)은 시편과 같은 언어로 구원과 삶을 얘기하는 아티스트다. 

그의 대표곡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Knockin’ on Heaven’s Door)’는 신앙의 언어가 세상을 향해 무엇을 말하는지 잘 말해준다. 

‘어머니 내 옷에 달린 이 배지를 떼어 주세요/ 나는 더 이상 그걸 사용할 수가 없어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상은 어두워지고 있어요/ 천국의 문을 나는 두드리고 있어요/ 두드려요 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두드려요 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어머니 이 총들을 내게서 멀리 치워 주세요/ 나는 더 이상 총을 쏠 수 없어요/ 거대한 검은 구름이 나를 따라오고 있어요/ 천국의 문을 나는 두드리고 있어요’

그의 노래는 하나님을 위한 찬양이다. 그의 시는 예수의 언어다. 

1960년대 인권·평화운동의 상징인 그의 성서적 메시지의 노랫말과 시어는 크리스천 아티스트를 포함한 크리스천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열린 세계를 향한 메시지’나 다름없다. 

세상 사람들은 밥 딜런을 20세기 미국 대중음악의 음유시인으로 평가하지만 음유시인이 되기까지 신앙적 성찰 속에서 내면을 살찌운 크리스천이다. 하늘의 언어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피운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이 밥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시상 이유를 밝힌 것도 그가 민중의 언어로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구원에 관한 궁극의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수가 율법화된 반신앙적 태도에 맞서 제단 아래로 내려와 삶에 지친 이들을 향해 쉬운 언어로 설교하고 찬양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길고 좁은 길이다”… 삶에 지친 이들을 향한 위로 기사의 사진        

 밥 딜런이 예루살렘 성전터와 황금돔이 바라보이는 감람산을 방문해 무릎을 꿇고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구원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다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의 유대인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0세 때부터 시를 쓸 정도로 문학을 좋아했을 뿐 기독교 신앙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어린시절 하모니카와 기타, 피아노 등을 독학으로 터득한 그는 59년 미네소타대에 입학했지만 대학시절에도 신앙생활을 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60년대 접어들자 전 세계적으로 냉전이 격화되면서 그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신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고 인종 갈등이 심화되는 등 격변 속으로 치닫자 밥 딜런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아이 해브 어 드림 연설장’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이 무렵 반전과 평화를 노래한 것도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시절 한 때 아웃사이더적인 삶으로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고 이혼전력 등으로 방황하는 삶을 산 것도 신앙을 갖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밥 딜런은 197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빈야드크리스천펠로우십교회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교회 성경 교사였던 존 듀이어 목사에게 영향을 받았다. 

79년 그는 마침내 ‘슬로 트레인 컴잉(Slow Train Coming)’이라는 가스펠 음반을 출시해 그래미상을 탄 뒤 복음전도자의 길을 걷기도 했다.  

밥 딜런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복음적 회심을 고백하고 하나님을 찬미하는 노래로 채웠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과 평단은 그의 회심에 대해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벌인 일종의 쇼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종교적 내용의 앨범이 나오면서 상당수 팬이 떨어져 나갔고 동시에 기독교인들이 팬이 되기도 했다. 절친이었던 존 레논도 밥 딜런의 개종에 대한 응답으로 ‘서브 유어셀프(Serve yourself)’란 노래에서 가사를 통해 그를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밥 딜런의 가스펠 앨범은 2001년 발표된 ‘100개의 위대한 기독교 앨범’ 중 16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독교문화운동가인 윤영훈 빅퍼즐문화연구소장은 “그가 발표한 노래들을 진지하게 돌아본다면 그의 회심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당시 밥 딜런은 신약성서를 깊게 읽으며 자신의 공허한 일상을 위로하는 예수의 메시지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주지사 시절부터 밥 딜런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나는 그와 매우 친한 친구다. 나는 그가 기독교 신앙에 깊이 들어갔을 때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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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 앨범 발표하며 ‘교리문답’ 

80년 발표된 ‘세이브드(Saved)’와 81년 ‘쇼트 오브 러브’ 역시 많은 기독교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 두 곡과 ‘슬로 트레인 컴잉’은 딜런의 기독교 신앙을 담은 3부작으로 꼽힌다. ‘Saved’에 나오는 가사는 복음성가나 다름없다.

“그의 은혜가 나를 만졌네. 그의 말씀이 나를 치유했네. 그의 손이 나를 구원했네. 그의 성령이 나를 둘렀네(By His grace I have been touched, by His word I have been healed, by His hand I’ve been delivered, by His spirit I’ve been sealed).”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며 포크와 블루, 복음송 등이 혼합된 음악활동을 펼쳐오던 밥 딜런은 2009년 데뷔 47년 만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앨범 ‘크리스마스 인 더 하트(Christmas In The Heart)’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서 밥 딜런은 할아버지가 손자를 앉혀놓고 불러주는 것처럼 순박하고 차분하게 부른 캐럴을 앨범에 담았다. 이 앨범에는 ‘히어 컴스 산타클로스(Here Comes Santa Calus)’ ‘오 리틀 타운 오브 베들레헴(O’ Little Town Of Bethlehem)’ 등 15곡이 들어있다.  

2012년 ‘좁은 길에서(On narrow way)’는 “긴 길이다. 길고 좁은 길이다. 만약 내가 당신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언젠가 나를 끌어내리고야 말 것”이라 쓰면서 좁은 길과 하나님과의 동행에 대해 노래했다.

윤 소장은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통해 기독교계는 오랫동안 신앙과 삶을 투영해온 찬송의 노랫말을 주목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밥 딜런의 노랫말은 어쩌면 고매한 신학자들의 언어보다 하나님과의 진정한 만남과 지식을 담아낸 살아있는 카테키즘(교리문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중식 신상목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