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간증

여주 '소망 교도소' 의 선한 손길들

배남준 2016. 3. 11. 11:42

기독교 봉사자들과 동행한 ‘소망교도소’의 하루… ‘어둠에서 빛으로’ 이끄는 선한 손길들

‘어둠에서 빛으로’ 이끄는 선한 손길들


기독교 봉사자들과 동행한 ‘소망교도소’의 하루… ‘어둠에서 빛으로’ 이끄는 선한 손길들 기사의 사진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 재소자들이 9일 교도소 대강당에서 소그룹별 신앙훈련을 하고 있다.

         


‘시정철저(施錠徹底)’. 자물쇠로 문을 철저히 잠그라는 뜻이다. 9일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소장 심동섭)의 건물 출입구와 복도에 설치된 쇠창살 문에는 여지없이 이런 푯말이 붙어 있었다. 창살 문을 지날 때마다 직원이 열쇠로 문을 열었고 지나가면 문을 잠갔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끼익’ 하는 소리가 났다. 소망교도소에는 20∼60대 남성 재소자 350여명이 수용돼 있다. 이 소리는 삼엄한 교도소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그렇게 문 서너 개를 지나 한 건물에 들어섰을 때였다. 반대쪽 복도 끝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났다. 여성을 포함한 일반인 10여명이 긴 테이블 위에서 와플을 굽고 있었다. 재소자들은 줄을 지어 와플을 받아갔다. 그 옆에서는 재소자 10여명이 드립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김무엘 교육교화과장은 “바리스타 과정을 공부하는 형제들”이라고 소개했다. 소망교도소에서는 재소자를 ‘주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뜻으로 ‘누구누구 형제’라고 부른다.  

대강당에도 일반인이 있었다. 50∼60대 여성들은 재소자 5∼6명으로 구성된 소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이들은 이날 기독교 기본 교리를 중심으로 삶을 나누었다.

소망교도소는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2010년 12월에 세운 국내 첫 민영교도소다. 지난 5년간 이 같은 기대는 재범률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박효진 부소장은 “성범죄 재범률만 단순 비교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높은 재범률에 비해 지난 5년간 소망교도소에서 출소한 130여명 중 재범자는 1명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용자들을 변화시킨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6개월 과정의 신앙훈련 프로그램 ‘아가페 영성스쿨’이다. 이 프로그램은 ‘월요일, 목적이 이끄는 삶’ ‘화요일, 그리스도의 성품’ 등 요일·소그룹별로 진행한다. 자원봉사자 60여명이 이를 돕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 훈련을 진행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된 삶이다. 소망교도소에는 위촉받아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180여명을 포함해 1년에 1000여명이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100% 자비량이고 일주일에 하루 이상 이곳에서 봉사한다.  

수용자들은 처음에 ‘무엇을 얻으러 왔나’라며 자원봉사자들을 경계한다. ‘우리를 조사해 논문 쓰러 왔나?’ ‘자원봉사 기념사진 찍으러 왔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엔 조건 없이 돕는 이들을 보면서 사랑을 경험한다. 김 교육교화과장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을 이용하는 재소자도 일부 있다”며 “이를 알지만 참고 인내하다보면 시간이 문제일 뿐 반드시 변하더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여주 학동성결교회, 서산 서정교회 목회자 부부를 비롯해 서울 명성교회, 하남 새노래명성교회,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 이천 평안교회 갈산교회 본향교회 성도들이 오후 3시까지 봉사했다.

이수이(62) 갈산교회 사모는 “자기 죄를 인정하는 재소자들은 없다. 그런데 신앙을 통해 변하기 시작하면 먼저 자기 죄를 인정한다”고 간증했다. 유정희(68) 서울 명성교회 권사는 출소한 이들이 보내온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 “날씨 추운데 잘 지내시죠? 사랑해요. ♡♡♡” 유 권사는 “처음 여기 올 땐 재소자들 머리에 뿔이 있는 줄 알았다”면서 “지금은 교회 안 가면 혼내 주는데 다들 나한테 쩔쩔맨다”며 웃었다.

여주=글·사진 전병선 기자 
                                           2016. 3. 11  국민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