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한 삶을 살던 아버지는 빚더미 위에 자녀 6명을 올려놓고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행상을 하고, 오빠와 언니는 학교 대신 일터에 나갔고, 병약한 나는 늘 집안의 애물단지였다.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받고 집에서도 위로받지 못하던 나는 초등 4학년 때부터 자살을 생각했다.
겨우 고등학교를 마쳤지만 병든 몸으로 취업이 되지 않아 낙심과 절망에 빠져 있던 중 세상 의학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도 하나님은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부터 신경섬유종이라는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소망으로 전적으로 하나님께 매달리기 시작했다.
기적과 신유를 쫓아 어느 기도원에 갔는데 불치병, 난치병 등 병원에서 내놓은 많은 환자들을 보며 고통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의 무력함과 울부짖는 모습에 환멸을 느꼈다. 그동안 병을 고쳐보겠다던 몸부림에 맥이 빠졌고 다시는 하나님도 찾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기적, 신유, 신비적 체험 등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을 때 어느 선교회에서 영적으로 사는 것에 대한 말씀을 듣고 이것이 바른 믿음이라 여겨 모든 것을 쏟았다.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교회에 나갔고 월급은 물론 대출까지 내서 헌금도 했다. 그러나 점점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하나님은 없는 것 같고, 예수님은 보이지 않았다. 성경 이론과 지식은 늘었지만 믿음은 더 모호해졌다. 결국 20여년을 올인하던 선교회를 나와 “하나님은 없다. 어느 교회나 똑같다”라며 다시 세상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러다 몇 년 후, 아는 선생님을 따라 춘천한마음교회에 갔다. 목사님은 “요나의 표적밖에 없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선포하셨다. 예배를 마치고 한 형제님이 ‘예수님의 부활로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 성경이 하나님 말씀인 것을 믿을 수 있다’고 교제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부활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 반감이 생겼고, 또 그동안 쌓아왔던 성경 이론과 부딪쳐 말씀을 받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하나님을 향해 원망하며 괴롭게 지내던 어느 날, 성령이 오셔서 죄를 책망하는데 ‘죄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라고 목사님이 선포하신 요한복음 16장 9절 말씀 앞에 직면했다.
‘그럼 그동안 나는 하나님 앞에 무슨 죄를 회개하고 있었던 거지?’ 나는 한 번도 예수를 믿지 않는 죄를 회개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 비로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간절한 마음으로 엎드렸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부활에 대한 자료를 검색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제자들도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전하다 죽임을 당했다. 예수님이 부활했다고 전하므로 유대교로부터 이단으로 몰렸다.”
요약된 이 자료를 읽는데 갑자기 심장이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려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부활하신 주님 앞에서야 나는 예수님을 믿고 있지 않았음을 알았다. 내가 주인 되어 내 마음을 붙들고 있었다. 나는 비로소 회개를 하고 온 마음으로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동안 나는 선천적인 병의 고통과 괴로움을 믿음으로 고쳐보려고 많은 세월을 허비했다. 하나님을 원망하던 내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났다. 이제 남은 인생을 모든 매임에서 풀어주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는 사명자로 살 것이다.
- 국민일보에서 2016.3.3-
박경화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