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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인, 전도서 언급하며 “지금은 치유할 때”…그의 종교관은

배남준 2020. 11. 9. 10:46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국가의 영혼을 위한 전투’를 내세운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선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앞에는 어려운 문제들이 놓여 있다. 그러나 나는 약속한다. 나를 지지했든지 안 했든지 나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미국은 아름답다. 나를 향한 여러분의 믿음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7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성경 전도서 구절(3:1~3)을 인용하면서 “천하 만사에 때가 있는데 지금은 치유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가 가장 좋아하는 로마가톨릭 찬송인 ‘독수리 날개 위에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 76%의 지지(출구조사)를 받았지만 다수의 흑인 개신교인과 가톨릭 신자, 또 ‘트럼프를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는 복음주의자들은 바이든을 택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이날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레이스를 펼치면서 과거 그 어떤 민주당 대통령 후보보다 더 종교적인 면을 부각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점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나 2004년 존 케리와 충분히 비교된다. 바이든의 신앙팀은 그동안 기독교 라디오 방송과 복음주의권 미디어 등에 적극적으로 광고를 펼쳤고 바이든은 기독교인들의 신앙 노선을 적극 수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복음주의 공화당 진영에서는 바이든을 다른 민주당 후보와 달리 극단주의자로, 또는 진보적 사회주의 신봉자로 비판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였던 복음주의권에서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교회나 사역단체의 문을 닫을 것이며 하나님을 상처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낙태나 동성애 이슈에 대한 복음주의권의 우려 역시 깊었던 게 사실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안 자신을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조정자 역할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낙태 관련 의료 행위에 연방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하이드 수정안’(Hyde Amendment)을 지지하다 당내에서 논란이 일자 철회하는 등 입장을 번복했다.

당장 복음주의권에서는 바이든 아래에서의 종교 자유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2018년 미국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자 결혼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콜로라도주 제빵업자 잭 필립스의 손을 들어줬다.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이 같은 자영업자의 권리를 다시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신중 모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 신학교 총장이자 차기 교단 총회장으로 지명 받은 알버트 몰러 박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 대선 투표 현장을 두고 의미심장한 입장을 발표했다. 트럼프 지지자인 그는 기독교인들에게 “투표가 집계 되는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되 투표 부정에 대한 혐의 소식에 현혹되지 않아야 된다”고 말했다.

빌리그레이엄전도협회 프랭클린 그레이엄 대표도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나의 기도는 미국인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엄 대표는 강력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였다.

복음주의 진영 중에서도 반트럼프 그룹이 있었다. ‘반트럼프 공화당 투표자’ ‘트럼피즘에 반대하는 크리스천’ ‘바이든을 위한 복음주의자’ ‘바이든을 위한 프로라이프 복음주의자’ 등이 눈에 띈다. 특히 미국 풀러신학교 총장을 지낸 리처드 마우 박사는 “바이든은 진실한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 보여진다”며 ‘바이든을 위한 프로라이프 복음주의자’ 그룹에 가입하기도 했다. 당시 마우 박사는 “바이든은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좋아할 만큼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그가 그의 신앙을 얘기할 때는 진실되게 들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은 흑인 교회를 향한 열정을 보여왔다. 이번 대선에서 흑인 개신교인들은 ‘반 트럼프’가 아니라 ‘바이든 지지’로서 입장을 견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흑인 기독교인보다 두 배나 많이 바이든을 지지했다. 라이프웨이리서치가 대선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바이든을 지지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비백인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 지지자보다 2~3배 많았다.

한편 미국의 크리스천 온라인 매체인 ‘크리스천헤드라인’은 지난해 11월 11일, ‘조 바이든의 신앙에 대해 크리스천들이 알아야 할 5가지’를 보도한 바 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첫째, 바이든은 가톨릭 신자다. 그는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필라델피아의 가톨릭학교인 홀리 로사리 초등학교를 다녔으며, 이후 남자 가톨릭 학교인 델라웨어의 아치미어 아카데미를 다녔다.

둘째, 왼쪽 손목에 묵주를 차고 있다. 바이든의 묵주는 원래 그의 죽은 아들 보 바이든의 것이었다. 바이든의 작은 아들 헌터 바이든이 보 바이든에게 준 묵주다. 묵주 구슬들은 멕시코의 과달루페의 성모의 것이라 전한다. 보 바이든은 2015년 뇌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바이든은 한 인터뷰에서 “그 후로 한 번도 죽은 아들의 묵주를 벗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쓴 그의 책 ‘아빠, 약속해줘’(Promise Me, Daddy)에서 바이든은 “그것은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다. 다만 죽은 아들과의 연결고리다. 그것은 나를 기분 좋게 하고, 아들이 내 곁에 있는 것을 느끼게 한다”며 묵주 착용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셋째, 성찬식을 거부당했다. 바이든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가톨릭교회로부터 성찬식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 가톨릭 교회는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낙태를 지지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플로렌스에 있는 세인트안소니 카톨릭 교회의 로버트 모리 신부는 “낙태를 옹호하는 자는 교회의 가르침 밖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성찬식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사적인 문제”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넷째, 바이든은 자녀와 첫 번째 부인 사망 후 신앙의 의문을 가졌다. 바이든은 1972년 첫 부인 닐리아와 그의 한 살배기 딸 나오미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당시 아들 보와 헌터는 살아남았지만 바이든은 사고 이후 자신의 믿음에 대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을 이해했다. 그들은 미친 것도, 정신이 돈 것도, 산꼭대기에 가봤기 때문도 아니다. 단지 마음속에 다시는 그곳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몇 년 후 바이든은 질 제이콥스를 만났고 “그녀를 만난 것이 삶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됐다. 그녀가 믿음은 어둠 속에서 가장 잘 보인다”는 말로 격려했다고 회고했다.

다섯째, 이스라엘의 친구로 여겨진다. 바이든의 세 자녀 모두 유대인과 결혼했다. 사망한 아들 보 바이든은 할리 올리베레와 결혼했고, 딸 애슐리 바이든은 유대인 의사 하워드 크레인과 결혼했다. 그의 다른 아들 헌터는 멜리사 코헨과 결혼했다. 이들은 히브리어로 ‘샬롬’이라는 문신을 새겼다.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을 돕는 일을 한 공로로, 세계유대인회의 영예를 수상했다. 당시 그는 “나는 시온주의자다. 시온주의자가 되기 위해 유대인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