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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본질은 선교”… 성도 100명 교회, 선교사 149명을 후원하다

배남준 2020. 11. 6. 20:27

성경 500독 부산 큰터교회/ 문 창욱 목사  

문창욱 부산 큰터교회 목사가 1일 최근 이전한 새 예배당 앞에서 선교의 모델교회가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성도 수보다 더 많은 선교사를 파송·후원하는 교회, 작은 교회인데도 선교사 파송 수가 대형교회보다 많은 교회. 부산 큰터교회(문창욱 목사)를 수식하는 말이다.

지난달 기준 큰터교회의 파송 선교사는 49명, 협력선교사는 100가구다. 규모로 봤을 때 서울 오륜교회와 비슷하다. 부산에선 수영로교회 다음으로 많은 선교사를 후원한다.

1일 부산 금정구 교회에서 만난 문창욱(59) 목사는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다. 문 목사는 ‘어떻게 100여명의 출석 교인이 149명의 선교사를 파송·후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교회의 본질이 선교인데, 선교를 안 하겠다고 하면 교회임을 포기하겠다는 말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문 목사가 교회에 출석한 것은 성균관대 재학시절 이단에 빠진 친형을 구출하기 위해서다. 이단에 대응하려면 성경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성경통독을 시작했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발견했다. 대학 졸업 후 사업을 하다 접고 1992년 복음전파의 열정을 갖고 중국으로 향했다.

1년간 평신도 사역자로 선교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합동신학대학원대에 입학했다. 98년 졸업 후 집에서 자녀들과 함께 큰터교회를 설립했다. 50만원 월세를 걱정하던 개척 첫 주부터 선교비를 드렸다.

2000년 상가교회에서 10명의 선교사를 파송·후원하던 때다. 문 목사는 강단에서 ‘2005년까지 교회 재정의 50%를 추가로 선교비로 내놓고 300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겠다’고 선포했다. 성도들은 월세를 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300명을 돕겠다고 하니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문 목사는 이렇게 외쳤다. “월세 걱정하는 마당에 안되는 게 분명해 보이지 않습니까. 이왕 안되는 것이라면 한 번 시도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냉장고 산다고, 집 산다고 빚도 내던데 못할 게 뭐 있습니까.”

큰터교회는 개척 후 6년간 2000만원의 선교비를 보냈다. 성도 30명이 모이는 미자립교회가 선교사를 후원하겠다며 선교사를 선발했다. 문 목사가 서울 선교단체 본부를 찾아가 후원 선교사 개발을 하고 있을 때 일이다. 부산에서 사모한테 전화가 왔다. “여보, 빨리 내려오세요. 당신이 미쳤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그 주 강단에 오른 문 목사가 호통을 쳤다. “누굽니까. 저보고 미쳤다고 한 사람이!” 잠시 침묵이 흐르자 문 목사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는 선교에 미쳐있습니다. 미치려면 제대로 미쳐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됩니다.” 사정을 들은 선교사들이 오히려 교회로 선교비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

큰터교회는 매달 마지막 날에는 통장 잔액을 0원으로 맞추고 선교비를 보냈다. 2009년이 되자 매달 보내는 선교비가 3000만원이 넘었다. 선교의 모델교회라는 소문이 나면서 2011년 서울 큰터교회가 세워졌다. 문 목사는 격주로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한다.

문 목사는 “22년 전 교회를 개척해 선교하다가 망하는 교회가 되려 했는데, 지금까지 문을 닫지 않고 있다”면서 “물론 선교비를 100% 보내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미안한 마음에 금식기도와 물질로 국내외 선교지를 돕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문 목사와 성도들은 건물에 신경 쓰다가는 선교비를 제때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80만원짜리 건물 셋방살이를 10년간 했다.

큰터교회가 매달 수천만원의 선교비를 보내기 위해 지난 5월까지 임차했던 허름한 건물. 성도들은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인근 대형마트를 이용했다.


지난 5월 건물이 도로확장 공사에 편입돼 떠밀리다시피 나왔다. 터전이 없어지자 교역자부터 성도까지 자기 집을 얻듯 앞장섰고 최근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상가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11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도 지난 9월 4422만원의 선교비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들 목회가 안 된다고 하는데 수천만원의 선교비를 보내고 예배당까지 마련한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성경을 500독 했는데,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믿음이 더해집니다. 목회에 두려움이 생긴다고요. 성경을 안 읽어서 그럽니다. 성경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두려워하지 말라’고 확실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순종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 앞에선 두려움이 아니라 순종만 있을 뿐입니다. 거기서 자신감이 생깁니다.”

문 목사는 코로나19 사태가 한국교회에 기회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없이 그 상태가 계속됐다면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는 영적으로 모두 죽고 말았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번 사태가 그동안의 방식으론 다음세대에 안 통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번 사태는 변화의 기회”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2년 전 또다시 선교목표를 수정했다. 부단히 노력했어도 300선교사 파송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3000선교사 파송으로 바꿨다. “어차피 안 된 것, 더욱 크게 잡기로 했습니다.”

부산=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