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초록 무지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영국의 유명한 계관시인 윌리암 워즈워스의 무지개라는 시입니다.
무지개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것은 저의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4,5,6학년을 부산에서 공부했습니다. 당시는 6.25전란 중이었고 우리의 피난 초등학교는 영주동 박가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미군들이 쓰던 군용 천막이 우리의 교실이었고 앞에 펼쳐진 산자락이 우리의 운동장이었습니다.
나무와 풀꽃, 산새들이 우리의 친구였고 바람까지도 우리의 친구였습니다. 그곳은 어린이들의 꿈의 동산이었습니다. 한 여름에 천막 양쪽을 걷어올리면 시원한 산바람이 우리들 이마 위에 땀을 씻어 주었습니다.
산밑으론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바다는 소년들의 희망이었습니다. 항구에는 많은 큰 군함들이 그림처럼 늘 머물러 있었습니다.
새 하얀 병원선이 우리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선생님은 스칸디나비아 3국이 우리 나라를 돕기 위해 보내준 적십자 선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의 그 배 맨 위에는, 초록색으로 십자가가 크게 그려져 있었는데, 그 초록 십자가는 한낮의 햇살 속에서 유난히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4학년 때 천막 교실이 찢겨진 도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그 시절 너무나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분단별로 야간 숙직을 했습니다. 물론 전기도 없었습니다. 호롱불 밑에서 숙제를 하고 동화책을 둘러가며 읽다가 잠이 듭니다. 꿈속에서 이상한 나라의 주인공 앨리스가 되어 신나는 모험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악동(惡童)이 깊이 잠든 한 친구의 다리 위에 불침을 놓았습니다. 비명 소리에 모두가 놀라 잠을 깹니다. 밖에 나와 서성이다, 아이들은 밤하늘의 총총한 별을 세어봅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자연 시간에 배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떠돌이별 순서입니다. 북극성을 찾아봅니다. 금성은 어디쯤 있을까?
저 많은 별들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넓은 우주의 질서 정연한 법칙을 생각해 보며, 그것들을 만드신 주인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분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창조주는 위대하신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많은 별들 중에서 아주 먼 높은 곳에 언제나 작은 초록 별 하나가 혼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색 중에서 나 홀로 초록색은 금방 우리의 시선을 끌고, 신비한 초록별은 우리 모두에게 그리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그것은 우리의 정다운 친구요 또 하나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초록별은 우리의 친밀한 대화의 상대자였고 초록별에게 우리의 소원을 얘기했습니다.
운동장이 없어 공도 찰 수 없고 운동기구도 없었으므로 우리의 유일한 운동이요 오락은 닭싸움이었습니다. 한 다리를 손으로 잡고 나머지 한 다리로 우리는 박가산 언덕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습니다.
그 덕분에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우리 모두가 자기 반에서 닭싸움의 참피온이 되었던 즐거운 추억을 회상해봅니다.
언젠가 방과후 소나기가 그치고 우리는 으레 모여서 닭싸움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애가 외쳤습니다.
"야! 무지개다!" 이어서 모두가 큰 소리로 합창했습니다.
"와! 쌍무지개다!"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저 건너 산언덕 위에 걸려 있었습니다.
"보,남,파,초,노,주,빨" "빨,주,노,초,,파,남,보" 우리는 흥분해서 떠들며 하늘의 무지개 색깔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어울려 무지개를 쫓아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무지개는 더욱 선명한 색깔로 우리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신이 나서 풀숲에 이름 모를 꽃들을 한웅큼 꺾어 쥐고 바람을 안고 뛰어 올랐습니다. 숨이 턱에 닿아 산 정상에 섰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무지개는 이미 사라져 안보이고 초라한 산 동네 만이 멀리 바라보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땀 맺힌 서로의 얼굴만 힘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도 말이 없었습니다.
무지개는 어린 시절 모두에게 영롱한 꿈이요, 찬란한 희망이었습니다.
무지개가 성경 속에 처음 언급되는 구절은 노아 홍수이후입니다.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 땅을 침몰할 홍수가 다시 있지 아니하리라 하나님이 가라사대 내가 나와 너희와 및 너희와 함께 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영세까지 세우는 언약의 증거는 이것이라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의 세상과의 언약의 증거니라"(창 9:11-13)
하나님은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관영함과 그 마음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 위에 사람과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기로 작정하시고 주야로 40일간 큰비를 땅에 쏟아지게 하여 홍수로 이 세상을 심판하셨습니다.
그러나 자비로우신 하나님은 이 일을 가슴아파 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살아남은 노아와 그 가족들에게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시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무지개를 보여 주셨습니다.
무지개는 하나님이 노아에게 언약한 증거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지개를 바라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세상에 노아 때보다 죄악이 더 관영함을 근심하고 회개하여야 하고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다시는 물로 심판을 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은 불 심판이 될 것임을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읽다가 요한 계시록 4장 3절에 기록된 천국 보좌의 무지개를 발견하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 일 후에 내가 보니 하늘에 열린 문이 있는데 내가 들은 바 처음에 내게 말하던 나팔 소리 같은 그 음성이 가로되 이리로 올라오라 이 후에 마땅히 될 일을 내가 네게 보이리라 하시더라
내가 곧 성령에 감동하였더니 보라 하늘에 보좌(寶座)를 베풀었고 그 보좌 위에 앉으신 이가 있는데 앉으신 이의 모양이 벽옥(碧玉)과 홍보석 같고 또 무지개가 있어 보좌에 둘렸는데 그 모양이 녹보석 같더라"(계 4: 1-3)
지상이 천국의 모형이라면 천국에 무지개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다시금 새로운 감동으로 무지개가 마음속에 깊이 다가왔습니다. 천국은 역시 무지개가 있는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그런데 무지개가 녹보석 같더라? 영어 원문에는 에메랄드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천국보좌의 무지개는 에메랄드빛 바로 초록색 인 것입니다. 초록 무지개가 하나님 보좌의 뒤쪽에 둥그렇게 휘어져 둘려져 있는데, 그것은 마치 보기에 황홀한 에메랄드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상의 일곱 가지 색깔의 무지개 환상에 젖어있던 저에게 천국의 무지개가 초록색 한가지 색이 라는 것은 반드시 어떤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이 일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초록색이 우리에게 주는 여러 가지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야 어린 시절 초록별이 왜 우리의 희망이었는지를 알겠습니다. 이제야 병원선의 초록 십자가 왜 유난히도 가슴 설레게 했는지를 알겠습니다.
초록색은 우주에서 가장 완전하고 이상적인 색깔입니다. 우리가 등산을 갈 때 그 산이 붉은 색으로 되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벌써 기가 질리고 혈압이 오를 것입니다. 그럼 산과 들이 푸른색, 검정색, 노랑색 또는 보라색으로 보인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어떤 색을 대체하더라도 우리는 금방 머리를 흔들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나무와 풀은 반드시 초록색이어야 하고 산은 반드시 초록색으로 우거져야 합니다. 공부를 하다가도 잠시 초록색 산야를 보면 우리 눈의 피로는 깨끗이 없어지고 마음은 평화로워 집니다.
겨우내 죽었던 나무들도 봄이 되면 그것들이 살아나서 모두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초록은 부활의 의미를 지닌 생명의 색깔입니다.
또한 초록은 평안과 소망과 기쁨을 주는 색깔이기도 합니다. 병원의 십자가는 녹색입니다.
수술실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입는 수술 까운 색도 초록색입니다. 초록색이 소망과 평안을 주는 생명의 색깔이기 때문입니다.
"그 성의 성곽의 기초석은 각색 보석으로 꾸몄는데 첫째 기초석은 벽옥이요 둘째는 남보석이요 셋째는 옥수요 넷째는 녹보석이요 다섯째는 홍마노요 여섯째는 홍보석이요 일곱째는 황옥이요 여덟째는 녹옥이요 아홉째는 담황옥이요 열째는 비취옥이요 열한째는 청옥이요 열두째는 자정이라." (계 21:19-20)
하나님의 성의 열 두 기초석은 차곡 차곡 쌓여 있습니다. 각기 초석은 귀중한 보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들은 열 두가지 각 각 여러 색깔의 기초석으로 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완전한 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열 두 가지 색깔을 분석해 보면 그 중 다섯 가지가 초록색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포함된 색입니다. 7가지 색깔 중에 가운데 중심에 위치합니다, 이로 미루어 짐작해도 천국에서도 초록색은 가장 으뜸의 색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천국 보좌의 초록 무지개가 지니는 의미를 정리해 보기로 합니다.
1. 영원한 생명의 약속입니다
무지개는 약속의 증거입니다. 초록색은 부활의 영원한 생명을 의미합니다. 천국에서 바라보는 무지개는 천국 백성들에게 사망이 없는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주는 하나님의 약속인 것입니다.
2 한가지 색은 통일성을 의미하며 초록색은 으뜸 색입니다,
지상의 무지개는 일곱 가지 색깔로 분열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곁에 색깔들은 희미해서 잘 보이 지를 않습니다. 어쩌면 혼란스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천국은 분열이 없는 곳입니다. 언제나 완전 하고 순수하고 통일이 되어 조화를 이루고 저주가 없는 곳입니다.
그리고 초록색은 7가지 색깔 중 가장 가운데 중심에 위치하는 으뜸색입니다,
3. 참 평안을 뜻합니다
초록색은 우주 만물에게 평안을 주고 있습니다. 등산을 가서 초록색 숲 속에 앉아 있노라면 모 든 세상 근심을 잊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초록 색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선사해 줍니다.
4. 영원한 기쁨
초록색은 우리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고 늘 생기와 소망을 채워 줍니다. 초록색은 영원한 기쁨을 선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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