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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캐나다 참전용사·유가족 초청 행사 -12년째 보은

배남준 2018. 6. 20. 08:02


“여러분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12년째 보은 기사의 사진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평화기원 행사’ 참가자와 새에덴교회 성도들이 18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의식을 마친 뒤 현충문 앞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18일 오전 9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문. 벽안(碧眼)의 노병들이 정복을 갖춰 입고 도열했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피와 땀으로 대한민국을 지킨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다.

엄숙한 표정으로 분향대 앞에 선 이들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선두에 선 진 화이트(91) 예비역 해병대 중령의 한쪽 볼엔 깊이 파인 주름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그는 “68년 전 영하 30도에 달하는 강추위를 이겨내고 싸우던 땅에서 전우들을 추모할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며 가슴에 단 훈장을 매만졌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대한민국을 찾은 방문단은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공동 주최한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평화기원 행사’ 참가자들이다. 행사에는 흥남철수작전·장진호전투 참전 생존자와 가족, 참전영웅의 유가족 등 45명이 초청됐다. 참가자들의 목엔 한국 미국 캐나다 국기와 함께 ‘여러분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We will never forget your sacrifices)’ 문구가 새겨진 노란색 스카프가 둘러져 있었다.

화이트 중령과 나란히 방명록을 작성한 소강석 목사는 “자유와 평화, 번영은 절대로 거저 얻을 수 없다”며 “숭고한 피로 우리 민족을 위기에서 구해준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12년째 찾아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단은 해병대 사령부, 평택 해군2함대 등 대한민국 국토수호 현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특히 해군2함대의 천안함 전시실에서는 전장 88m, 배수량 1220t급인 전함이 둘로 절단된 모습에 탄식을 쏟아냈다.

절단면을 유심히 바라보던 존 매케이(84) 예비역 상사는 “역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날 때 비로소 성장의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이 또 다른 역사적 걸음을 내딛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진호 전투에 참가했던 화이트 중령은 “한국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많이 받았지만 역경을 헤치고 놀라운 발전을 가능케 한 당신들이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이들은 17일 저녁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평화기원 예배에 참석해 성도 4000여명의 환영을 받았다. 예배에선 대한민국과 미국 대통령의 특별메시지도 소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값진 생명과 젊음을 바친 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며 “대한민국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로 나아가는 데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유산으로 남긴 애국심의 결과”라면서 “지난 12년 동안 참전용사들을 위해 보은행사를 마련해 준 새에덴교회에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특별한 만남도 있었다. 1950년 흥남철수작전 당시 메러디스빅토리호를 타고 피난 온 김영숙(82) 수녀와 항해사로 작전을 수행한 로버트 루니(91) 예비역 제독의 재회였다. 김 수녀는 “루니 항해사는 내 생애 잊지 못할 은인”이라며 “마음에 간직해온 은혜의 뱃삯을 68년 만에 치르는 것 같다”며 루니 제독과 두 뺨을 맞댔다.

방문단은 21일까지 미8군사령부 판문점 도라산전망대 전쟁기념관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용인·평택=최기영 황윤태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