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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 최일도 목사, 20년 만에 중국 分院 '독립- 섬기는 정신 심어주고

배남준 2017. 8. 18. 07:27



['밥퍼' 최일도 목사, 20년 만에 중국 分院 '독립']

조선족·한족 70명 길러낸 요람 훈춘 '다일어린이집' 운영권, 중국 측에 완전히 넘기기로
"다른 나라 분원도 자립 도울 것"


"드디어 '20년 약속'을 지키고 돌아오게 됐습니다. 훈춘시 당국이 자발적으로 '이양식'도 열어주겠다고 해서 정말 기뻤습니다. 이젠 저희 어린이집(고아원)에서 잘 커준 청년들이 스스로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야지요."

'밥퍼'로 유명한 다일공동체(대표 최일도 목사)가 지난 20년간 운영해온 중국 훈춘의 고아원 '다일어린이집' 운영권을 중국 측에 완전히 넘긴다. 오는 29일 현지에선 공식 '이양식'도 열린다. 한국 NGO가 중국에서 20년간 지속적으로 사업을 벌여온 것이나 순조롭게 운영권을 넘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최일도(60) 목사는 "훈춘시 당국과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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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청량리 다일공동체에서 점심 배식을 준비하는 최일도(왼쪽) 목사와 봉사자 이차술씨. 20년 만에 중국 다일공동체를‘졸업’하는 최 목사는“이웃 섬기는 마음을 남기고 오겠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다일공동체와 최 목사에게 훈춘 다일어린이집은 각별하다. 현재 다일공동체는 한국을 포함해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과 아프리카 등 세계 10개국 17개 공동체에서 하루 7000~8000명분의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그 가운데 첫 해외 분원(分院)이 훈춘 다일어린이집이었다. 1997년 7월 연변을 방문한 최 목사가 국경을 넘어온 탈북 '꽃제비'를 목격하고 미국 시민권자인 우수관 장로, 전남도 권사를 선교사로 파송해 아이들을 돌본 게 시작이었다. 이후 훈춘시 당국과 협의해 합작으로 고아원을 만들기로 하고, 조선족 고아 12명을 받아들여 1999년 두만강변에 정식으로 다일어린이집(중국명 '多一少年之家')을 열었다.

지극정성으로 아이들을 돌봤고, 한때는 한족(漢族) 고아들까지 40명이 함께 지내기도 했다. 첫 해외 분원인 만큼 다일공동체도 정성을 쏟았다. 대광고 강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던 중 난방 공사비로 모금한 1억 2000만원을 보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난방 공사를 하기 직전 교인들이 "1시간 예배 때 따뜻하자고 그 돈 쓰지 말고 우리는 내복을 입고 예배 드리자. 그리고 그 비용은 훈춘으로 보내자"고 자발적으로 제안한 것. 덕택에 두만강변 작은 집에 있던 어린이집은 시내 번듯한 건물로 옮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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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과 한족 고아 70명을 보듬어온 중국 훈춘의‘다일어린이집’. /다일공동체


그동안 어린이집을 거쳐 간 아이들은 70명. 그중 7명은 다일공동체에서 일하고 있다. 리일(29)씨와 최원삼(24)씨는 한국에서 제빵 기술을 배워 지금은 각각 베트남과 캄보디아 다일공동체에서 봉사하고 있다. 또 명절 때면 중국 전역에 흩어져 사는 아이들이 고향을 찾듯이 다일어린이집을 찾아온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최 목사에게는 자랑스러운 재산이다. 최 목사는 "만 19세가 되어 어린이집을 떠날 때까지 예수님의 '예'자도 꺼내지 않고 그저 열심히 돌보기만 했다. 그런데 성인이 된 후 스스로 크리스천이 된 비율이 80%에 이른다"고 했다. 그런 점이 훈춘시 당국과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다일어린이집은 훈춘시 당국이 인수해 '복리원'이란 이름으로 운영하게 된다. 중국 다일공동체 역시 어린이집 출신 중국 국적인들로 구성된 '중국 다일공동체 협회'로 재탄생한다. 최 목사는 "고아원 건물과 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해온 아파트 2채까지 전부 훈춘시에 넘겨주기로 했다"며 "건물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정신을 남기고 돌아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일공동체는 다 른 나라의 공동체도 현지인들이 운영하도록 자립시킬 계획이다. 네팔의 카트만두와 포카라 공동체도 설립 10년 만인 작년 현지인들에게 운영권을 넘겼다. 최 목사는 "저희 공동체를 통해 매일 세계 각국에서 7000~8000명씩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적 같은 일"이라며 "앞으로도 현지 공동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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