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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가 보물입니다

배남준 2017. 8. 1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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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 이상적 교회상은 ‘작지만 건강한 교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개선점 등을 설문한 결과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응답자 1329명 중 20∼30대가 89.3%, 개신교인은 67.3%였습니다.

응답자들은 ‘교회의 대형화’(16.3%)를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여겼습니다. 또 ‘불투명한 재정 구조’(14.1%), ‘지나친 전도 활동’(13.2%), ‘과도한 교회 건축’(13%), ‘세습’(12.7%)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상적인 교회 상(像)으로는 ‘작지만 건강한 교회’(47.9%)를 선택했습니다.

성장주의에 매몰된 교회를 비판하며 소규모의 건강한 신앙공동체가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꽤 오래됐습니다. 목회자와 성도, 성도와 성도 사이에 친밀한 교제가 있고 소외받는 사람 없이 모두가 사역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 등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후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선호하는 기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실제 소규모 교회에서 목회 중인 천정근(안양 자유인교회) 목사는 “간혹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시스템이나 시설 등을 대형교회처럼 나름 갖추고 있는 소형교회로 인식하는 이들이 있다”며 “규모와 내실에 대해 지극히 편의주의적인 기대와 바람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유식(춘천 나눔교회) 목사도 “작지만 건강한 교회에 다니는 것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능동적으로 참여해 그런 교회를 함께 만들어 가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흔히 이상적인 교회로 성경에 나오는 초대교회를 말합니다. 사도행전 2장에 보면 초대교회 성도들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힘썼습니다. 또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했습니다. 소유를 팔아 각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눴습니다. 곤경에 처한 이웃들을 도왔다는 기록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베드로, 스데반, 빌립 등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목숨을 바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습니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에 다니고 싶으십니까. 희생과 불편을 감수하고 그런 교회를 함께 세우고 만들어가는 데 동참해보는 것은 어떠십니까.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 작은 교회가 큰 교회의 선물이 되는 이유 

최근 미국 기독언론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소형교회가 대형교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5가지 영역을 소개한 칼 베이터스(코너스톤크리스천펠로십교회) 목사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베이터스 목사는 소형교회 역할을 재고하려는 인터넷 웹사이트 ‘새소형교회(newsmallchurch.com)’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먼저 베이터스 목사는 ‘사역자 키워주기’가 소형교회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한 번에 수천명의 성도가 모이는 대형교회에서 초보 사역자들이 앞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들이 사역자로서 성장해 나가는 데는 적은 인원과 깊은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는 소형교회가 적절하다는 거지요.

두 번째로 ‘교인들과의 상담’을 들었습니다. 특히 대형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역자들에게 소형교회 목사들의 상담은 꼭 필요합니다. 대형교회도 훌륭한 상담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수백 수천명을 섬기는 사역자들 입장에서는 다른 성도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봐 그런 시설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부담을 소형교회 목사들이 풀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다음 두 가지는 교인들의 ‘경사’와 ‘조사’를 주관하는 일입니다. 소형교회를 떠나 대형교회에 둥지를 튼 교인들이 주로 필요로 하는 영역입니다. 대형교회에는 1년에도 수십 수백번 경조사가 있어 교인 한명 한명에 집중하기 쉽지 않습니다. 결혼이나 친지의 장례식 등 경조사가 있을 경우 교인들의 일생을 잘 알고 대화도 많이 나눈 전(前) 출석교회 목사가 주례나 입관예배 등의 중요한 자리에 설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신자를 교회로 인도하는 일’입니다. 친근한 예배 분위기를 원하는 교인들에게 소형교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소형교회 교인들이 대형교회로 옮겨 목사들이 가슴 아파하는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베이터스 목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께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성경에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의 몸은 크고 작은 기관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기관이라고 해도 그 중요성에 있어서는 결코 큰 기관에 뒤처지지 않습니다. 한국교회도 중대형교회와 소형교회가 조화를 이뤄 하나님 나라를 잘 가꿔 나갔으면 합니다.

                                                            글=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