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73·연세대 석좌교수)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원천안디옥교회(김장환 원로목사)에서 주일예배를 드렸다. 교인이 아닌 그가 부인 유순택(72) 여사 등과 함께 예배에 참석한 이유가 궁금했다. 예배 도중 그가 전한 짧은 강연을 통해 궁금증이 풀렸다.
“세상의 온갖 영욕에 찌든 사람이 여러분 앞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평생 공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고 특히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전부터 김장환 목사님이 매년 12월 유엔을 11차례나 방문해 조찬기도회를 인도해주셨습니다. 감사도 드릴 겸 이렇게 방문했습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초등학교 시절 교회에 다녔다.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미국의 여러 교회들을 가끔 방문했다. 그런 그가 이날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살아계심을 간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550여명의 성도 앞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인류의 생활상과 동·식물의 생태계, 지구의 변화를 지켜봤다”며 “그런데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오묘한 힘을 느꼈고 그것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역사가 아닌지”라며 “교회를 잘 다니지 않으면서도 믿게 됐다”고 했다. 이 같은 반 전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그는 “우리 인간은 약하고 별 볼일 없는 존재”라며 “아무리 유엔 사무총장이고 대통령이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누구나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삶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세상엔 그야말로 도와주지 않고 보살펴 주지 않으면 자기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소외 이웃이 많다”며 “교회가 이런 약한 자를 위해 보호자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종교와 유엔, 종교와 국가, 종교와 생활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며 “유엔 헌장도 결국 기독교가 이야기하고 있는 여러가지 섬김과 봉사, 희생정신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세대 석좌교수로 있는 반 전 사무총장은 130여년 전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연세대를 언급하며 기독교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당시 열악한 여성의 권리를 크게 개선시킨 것도 선교사들의 선각자적인 역할과 기독교의 공이 컸기에 가능했습니다. 인류 평화에 무엇보다 종교의 힘, 종교지도자와 문명 간 대화가 중요합니다. 저 역시 그간 영욕에 시들었던 몸과 마음을 다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기도하겠습니다.”
성도들 사이에선 “반 전 총장이 계속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는 말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수원=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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