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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개신교 교회 - 루터의 길을 가다 (조선일보)

배남준 2017. 6. 8. 07:21



종교개혁 500년, 루터의 길을 가다] [4] 토르가우 -세계 첫 개신교 교회

개혁 후 가톨릭 성당 쓰던 루터
후원자 작센 영주 궁전 지을 때 개신교 정신 담은 첫 교회 세워
내부 장식 없고 설교대·제대만… 말씀·성찬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루터


"루터를 이야기할 때 비텐베르크와 바르트부르크 성(城)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보름스와 아이슬레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안 된다. 그리고 극소수 사람만 토르가우가 한때 종교개혁의 정치적 수도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독일 동부 작센주 토르가우(Torgau) 관광 팸플릿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루터가 건축에 참여한 세계 최초의 개신교 교회가 있는 도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지난달 24일 오후 토르가우 성을 찾았다. 비텐베르크, 아이제나흐, 아이슬레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적었다. 게다가 교회도 금방 눈에 띄지 않았다. 동쪽으로 엘베강을 끼고 지어진 성은 밖에서 보면 요새, 안뜰에서 보면 아름다운 궁전이었다. 이 성이 완공된 것은 1544년. 루터의 정치적 후원자였던 요한 프리드리히가 1532년 작센 선제후 지위를 계승한 후 착공해 1544년 완공한 궁전에 루터를 위해 '개신교회'를 지어준 곳이다. 당시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옹호하는 영주들이 갈라져 전쟁을 벌이던 시기. 프로테스탄트의 가장 든든한 울타리인 작센 영주의 궁전이 있는 토르가우는 '프로테스탄트의 수도'라 불릴 만했다. 루터 역시 1520년대 이후 종교개혁 동료인 멜란히톤, 요나스, 부르하겐 등과 함께 수시로 토르가우를 찾아 종교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1530)가 기초 된 곳도 토르가우였다.


독일 동부 엘베강을 끼고 세워진 토르가우 성(城). 밖에서 보면 요새, 안에서 보면 화려한 궁전인 이 성의 한쪽에 루터가 설계에 참여한 세계 최초의 개신교 교회가 있다.
독일 동부 엘베강을 끼고 세워진 토르가우 성(城). 밖에서 보면 요새, 안에서 보면 화려한 궁전인 이 성의 한쪽에 루터가 설계에 참여한 세계 최초의 개신교 교회가 있다. /김한수 기자


궁전 뜰에 들어서니 유명한 나선형 계단 등은 눈에 띄는데 교회는 보이지 않았다. 안내 직원에게 물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안뜰 왼편 성벽에 뚫린 작은 아치 문이 좀 특이하게 보였다. 아치 위에 골고다 언덕을 십자가 지고 오르는 예수상이 새겨져 있고, 그 아래 아치엔 예수를 십자가에 박은 못 3개와 면류관을 든 천사가 부조로 새겨져 있다. 교회는 독립 건물이 아니라 성채 안에 슬쩍 스며든 것처럼 보인다.

화려한 그림이나 조각상 없이 흰색으로 단순하게 꾸민 토르가우 교회 내부. 오른쪽에 설교대가 보인다.
화려한 그림이나 조각상 없이 흰색으로 단순하게 꾸민 토르가우 교회 내부. 오른쪽에 설교대가 보인다.


교회 안으로 들어선 첫인상은 단순한 흰색이다. 중앙은 천장까지 뻥 뚫리고 좌우와 뒤쪽은 3층 회랑으로 구성된 내부는 온통 흰색. 스테인드글라스도, 성상(聖像)과 성화(聖畵)도 없다. 정면엔 성찬례를 거행하는 대(臺)가 있고, 예배당 우측 중간쯤에 설교대가 있을 뿐이다. 파이프오르간이 있지만 1990년대에 설치된 것이라 한다. 오로지 말씀과 성찬례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루터가 세상 떠나기 2년 전에 봉헌된 이 교회는 '개신교 교회의 모델 하우스'다. 1517년 '95개 논제'를 내걸고 종교개혁의 기치를 걸었지만 루터 당시에 개신교 교회 건물은 없었다. 가톨릭 성당이던 건물을 교회로 사용했다. 중세 가톨릭 성당엔 글 모르는 신자들에게 성경 내용을 알려주기 위한 성화와 성상도 많았다. 성화와 성상이 아무것도 없는 토르가우 교회는 성경을 모국어(독일어)로 번역한 루터와 개신교 신자들에게 그런 설명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선언으로 보였다.

독일 토르가우 지도


이 교회의 하이라이트는 설교대. 설교대는 마이크 등 음향 시설이 없던 시절 설교자가 잘 보이고, 말소리가 잘 들리도록 계단을 통해 올라가 설교하도록 만든 장치. 이 교회 설교대에는 신약 성경의 핵심 내용 세 장면이 그려져 있다. 앞쪽에서 볼 때 설교대 왼쪽엔 간음한 여인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서 땅바닥에 예수가 무언가 적고 있는 모습이다. 바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며 '용서'를 강조한 장면이다. 가운데는 열두 살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율법학자들을 가르치는 사건을 그렸다. 오른쪽엔 예수가 채찍을 들고 예루살렘 성전의 환전상을 쫓아내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 그 림은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 왼쪽은 '오직 은총으로(sola gratia)', 오른쪽 성전 정화 사건은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즉 루터의 종교개혁 3대 원리를 보여준다.

토르가우 교회는 개신교 교회의 모델이 됐다. 지금 한국의 대부분 개신교 교회에 성화와 성상이 없는 것도 그 뿌리는 토르가우 교회에 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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