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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로 피워낸 하나님 사랑 내 사랑 /남 궁억 선생

배남준 2017. 3. 23. 14:55

무궁화로 피워낸 하나님 사랑 나라 사랑 기사의 사진

한서 남궁억 선생이 고안한 13송이 무궁화 자수로 1910년대 당시 13개 도(道)였던 한반도를 상징한다. 백두대간은 무궁화 가지로, 제주도와 독도는 각각 무궁화 꽃잎과 꽃받침으로 수놓았다. 왼쪽 사진은 생전의 남궁억 선생. 한서선교회 제공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마 9:37)

1922년 어느 날 한서 남궁억(18 63∼1939) 선생은 이 성경 구절을 묵상하고 있었다. 예수가 목자 없이 방황하는 유대인들을 향해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꾼이 적다”고 한탄하는 대목에서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백성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솟아났다. 그날 밤 한서는 붓을 들어 이런 노래 가사를 지었다.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이 동산에 할 일 많아 사방에 일꾼을 부르네….’(찬송가 580장)


1928년 찬송가집에 수록된 이 곡은 크리스천 독립운동가이면서 관료, 교육자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한서의 ‘하나님사랑 나라사랑’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쪽으로부터 배우다’라는 뜻을 지닌 그의 호 ‘한서(翰西)’에도 서쪽의 기독교 정신으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있다.  

올해는 한서가 고향 강원도 홍천으로 돌아가 농촌계몽운동에 뛰어든 지 99주년이 되는 해다. 한서가 생전에 10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했던 서울 종교교회(최이우 목사)와 그의 신앙을 기리기 위해 조직된 교회 내 한서선교회,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한서 알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랫말 놀이 만들기도 

미션스쿨이었던 배화학당과 상동청년학원에서 영어교사 등으로 일한 한서에게서 돋보인 것은 유별난 무궁화 사랑이었다. 

무궁화 꽃 13송이가 들어간 한반도 모양을 수본(繡本·수를 놓기 위해 본을 떠놓은 모형)으로 만들어 여학생들로 하여금 수를 놓게 했다. “어떤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는 무궁화처럼 강인함과 기개, 끈기를 지녀야 한다”는 민족정신을 젊은이들에게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앞서 독립운동가 윤치호(1865∼19 45)는 1890년대 중반 경북 칠곡부사(府使)로 부임한 한서와 상의한 끝에 무궁화를 국화(國花)로 정했다. 애국가의 후렴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구절에 ‘무궁화’가 들어간 것도 한서가 공을 들인 덕분이라고 당시 신문 등 문헌은 기록하고 있다.  

1918년 고향인 홍천으로 내려간 50대 중반의 한서는 사재를 털어 예배당과 모곡학교를 지었다. 교육과 전도에 매진하면서도 무궁화 사랑에 앞장섰는데, 전국 학교와 교회 등에 보급한 무궁화 묘목만 30만주가 넘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무궁화 노랫말 놀이와 노래도 100개 가까이 만들어 전파했다. 칠순이 넘어 기독교 독립운동 결사체인 ‘십자가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그는 후유증으로 1939년 4월 5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서선교회 연구위원인 신현포(77·종교교회) 원로장로는 22일 “한서는 암울한 식민시대를 헤쳐나갈 구국정신을 가르칠 때마다 무궁화를 매개로 삼았다”면서 “기독교 정신이 흐르는 그의 ‘무궁화 정신’은 ‘가나안 농군’ 정신으로 이어지면서 시대개척 정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4월 첫 주는 ‘무궁화 주일’로 

기감은 지난해 10월 정기총회에서 특별한 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서의 신앙과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는 취지에서 2017년부터 매년 4월 첫째 주일을 ‘무궁화 주일’로 지키기로 한 것이다. 올해는 다음 달 2일이 무궁화주일이다.  

이날 전국의 6500여 기감 교단 소속 교회들은 예배 때 찬송 ‘삼천리반도 금수강산’을 부른다. 교단 지방회 차원에서는 교회학교를 중심으로 ‘남궁억 장로와 무궁화’를 주제로 백일장을 열고, 가정과 교회 정원 등에 ‘무궁화심기 운동’도 병행하기로 했다. 한서선교회는 내년에 ‘한서 농촌계몽운동 100주년 기념대회’도 준비 중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