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6장 52절 ‘칼을 가진 자는 칼로 망하리라’는 말씀이 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중동은 늘 ‘불구덩이’였다. 1960년대 이스라엘전쟁, 1970년대 팔레스타인발(發) 테러리즘,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1990년대 1차 이라크전, 2000년대 초반 2차 이라크전…. 하지만 최근처럼 위험해진 적은 없었다. 극단 중의 극단인 이슬람국가(IS)가 중동, 아니 세계 전체에 학살과 테러, 광기와 공포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피해가 극심한 시리아 지역에선 무슬림 종파 간 내전을 피해 타국살이를 택하는 피난민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대대손손 무슬림으로 살아왔던 이들 가운데 크리스천으로 개종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레바논에 피난 온 시리아인 아부 라드완씨는 최근 시리아정교회(Syrian Orthodox Church)의 살리바 주교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2년 전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고 교회에 나가게 됐다. 예수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는 걸 분명하고 확실하게 믿는다”고 한다.
시리아는 2000여년 전 바리새인 사울이 성령을 체험하고 바울로 거듭난 뒤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에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한 첫 선교지였고, 시리아정교회는 그때부터 존재해온 최고(最古)의 기독교 일파다.
미국일간 USA투데이는 6일(현지시간) 이 시리아정교회가 레바논에서만 시리아 피난민 100여명을 기독교도로 개종시켰다고 보도했다.
라드완씨도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난민캠프에 생활하는 그는 기독교도로 거듭난 뒤 폭력과 테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기독교로의 개종을 용납하지 않는 무슬림의 편협한 전통 때문에 이웃들마저 라드완씨 가족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드완씨는 얼마 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다 무슬림 남성의 칼에 찔린 적도 있었다. 이후 아내는 교회 밖에 나오면 재빨리 히잡을 쓴다.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무슬림 시리아인들이 크리스천으로 개종하는 이유는 이교도와의 공존을 무조건 배척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극단적 이슬람 교리로는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깨달음 때문이라고 매체들은 전했다.
시리아정교회 뿐 아니라 베이루트의 여러 복음주의 교회에는 시리아 난민 수천명의 개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복음주의 교회 측은 “어느 누구도 좌절 끝에 복음을 받은 난민들의 믿음을 막을 순 없다”며 “우리는 그들이 진심으로 하나님을 받아들였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더 깊은 신앙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일간 가디언은 유럽으로 건너간 시리아인들의 개종도 끊이질 않는다고 전했다.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무슬림 난민들의 개종이 선교동력을 상실한 유럽 교회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 외곽 스테글리츠의 기독교루터란트리니티교회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 요하네스씨는 “내가 학교에서 배운 이슬람교 역사는 기독교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폭력에서 시작된 종교는 사람들을 자유와 사랑으로 이끌 수 없다”고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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