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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국 어린이 400여명 돌보는 '써빙프렌즈' 사무총장 김혜경

배남준 2017. 3. 4. 10:13

말뿐인 하나님 사랑 부끄러워 직접 나섰습니다 기사의 사진

김혜경 써빙프렌즈 사무총장이 2015년 탄자니아 사업장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다. 그는 이 아이들을 웃게 하는 일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라고 믿는다. 써빙프렌즈 제공



“그럼 당신이 직접 하든가!” 

세 아이의 엄마로 살던 그녀가 1999년 비정부기구(NGO)를 세워 구호 사역을 하면서 선교를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얘기하자, 목회자인 남편은 버럭 화를 냈다.  

두 사람은 청년선교단체 예수전도단(예전단)에서 만나 89년 결혼했다. 남편은 예전단 상근자로, 아내는 주부로 지내고 있었다. 


김혜경(54) 써빙프렌즈(Serving Friends) 사무총장을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옥에서 만났다. 키 150㎝의 자그마한 체구였다. 김 총장은 구호 사역의 비전을 갖기 시작한 때로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홍수나 지진 같은 재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들을 내버려둔 채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게 부끄러웠죠.” 

이런 마음으로 남편 문희곤(54) 목사에게 구호 사역 얘기를 꺼냈단다.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그럼 당신이 직접 하라’는 말이 귓가에 계속 울리는 거예요.” 김 총장은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했다. 그에게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마 11:12)이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도전해보기로 했다. 경희대 NGO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차근차근 준비했다. 

여러 지인의 도움으로 2004년 써빙프렌즈 사무실 문을 열었다.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구로 다가가 섬기자는 비전을 담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써빙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프렌즈는 우리의 정체성이죠.” 단체를 세운 해 12월, 동남아시아에 쓰나미가 몰려왔다. 긴급구호를 시작했고, 차츰 에이즈에 걸린 고아를 치료하는 것으로 사역을 확장해갔다. 

15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내던 이가 어떻게 NGO를 설립할 수 있었을까. “대학 다닐 때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결혼 전까지 예전단 간사로 지냈고요. 자녀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다시 사역을 할 거란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자녀들을 낳고 살림을 하다 보니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자식은 전적인 저의 헌신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더군요. 사역자가 되고 싶었던 전 그 상황이 너무 괴로웠어요. 그러다 ‘모성의 힘(The Power of Motherhood)’이란 책을 읽었어요. 어머니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죠. 제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제가 ‘어머니로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부분이었어요.”

김 총장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라는 자리 역시 하나님이 부른 자리라고 받아들이자 삶이 바뀌었다. “열심히 성경 읽고 기도하면서 아이들에게 밥 해주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어요. 아이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잘 키우는 게 지금 제가 할 ‘사역’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다행히 삼남매 수연(26) 수진(25) 호균(19)은 그의 바람대로 하나님 안에서 잘 자랐다고 한다. 

써빙프렌즈는 인도 태국 탄자니아 등 5개국에 지부와 센터를 두고 어린이 400여명을 돌보고 있다. 김 총장이 보여준 써빙프렌즈 안내지에는 활짝 웃는 아이들 얼굴이 있었다. “마을공동체를 세워야 그 안에 있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어요. 각 가정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개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사역을 하는 동안 마음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한 지부장이 그 지역에서 독립해 사역장 명의를 바꾸는 일이 있었습니다. 명의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려다 포기했어요. 8년 동안 사역해온 곳이었는데….” 그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역을 두고 싸우는 걸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에게 모두 양도했습니다.” 김 총장은 지난해 말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소원’(예수전도단)을 냈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선택은 이런 것일까. ‘누구와도 다투지 않고 하나님께 맡기는 것.’ 그는 곧 출국한다고 했다. “네팔 사업장에 지역개발 아이템인 치킨 체인을 살펴보러 가요. 닭을 키워서 파는 것까지 하면 좋잖아요.” 무거워보이던 그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을 하는 딸의 얼굴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