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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 신사참배 거부, 항일운동 / 28명 서훈추진

배남준 2016. 12. 15. 12:17

“기독교인 일제 신사참배 거부, 엄연한 항일운동” 기사의 사진

평양신학교 제32회 졸업생들이 1937년 3월 호주 선교사 왕길지(앞줄 가운데) 교수 환송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 손양원 목사, 이현속 전도사(뒷줄 오른쪽)와 한상동 목사(앞줄 오른쪽) 모습이 보인다.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사단법인 ‘아침’과 새누리당 김한표·이주영·이혜훈 국회의원실이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투옥되거나 순교한 성도에 대한 독립운동가 서훈을 추진하고 있다. 

아침 등은 14일 “신사참배를 거부한 주기철·손양원 목사는 훈장을 받았지만, 나머지 성도들은 일제의 온갖 회유와 고문 속에서 3∼6년씩 감옥에 투옥됐고 심지어 고문 후유증으로 순교까지 했지만, 해방 72년이 지난 지금껏 올바르게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서훈 추진 이유를 밝혔다. 

당시 일본은 신앙인들의 신사참배 반대를 국가의 권위와 체제에 도전하는 행위로 간주해 치안유지질서 위반으로 엄하게 다뤘다. 2000명이 넘는 신사참배 반대 신앙인들이 투옥됐고, 50여명이 모진 고문으로 옥중 순교했다. 그러나 신사참배 반대는 그동안 국가보훈처로부터 단순한 종교활동으로 평가돼 독립유공자 추서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모진 고문으로 순교한 경남 함안 출신 이현속 전도사의 죽음에 대해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단지 신앙적 양심뿐만 아니라 일제 정책에 맞서 민족정신을 지키는 행위이자 항일운동이었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아직까지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독립운동가 추서 대상자는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전국적으로 조직해 이끈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 설립자 한상동 목사와 ‘죽으면 죽으리이다’를 외친 안이숙 사모, 재건파 교단 설립자인 최덕지 목사 등 28명이다.

이들 가운데 조수옥 권사는 여성의 몸으로 포악한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은 채 5년 넘게 옥고를 치렀다. 조 권사는 부모를 잃고 가난과 굶주림으로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온 아이들의 참담한 생활을 목격하고 자신의 여생을 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를 했다. 출옥 후 시작한 아동복지사업은 이후 6·25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헐벗은 고아들의 생명줄이었다. 

기독교 교육운동가 안이숙 사모는 일본에서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펼치다 체포됐다. 일본 경찰은 그녀를 거꾸로 매달아 놓고 고춧가루를 물에 타서 콧구멍과 눈에 넣으며 온갖 고통을 가했다. 6년간 신사참배를 강요했지만 굴복하지 않았고, 끝까지 오직 하나님만 섬기겠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여성독립운동가인 박차정 의사의 두 오빠 박문희·박문호 형제와 상해무관학교 출신 이창식 목사,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나섰다 추방된 미국 선교사 한부선(Bruce F. Hunt) 등 5명의 선교사도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앞서 사단법인 아침과 3명의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독립운동가 인준 청원을 위한 항일 기독교들 재조명’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앞으로 ‘10만명 청원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독립운동가 서훈 추서 및 재심 등을 국가보훈처에 신청키로 했다. 또 국회에 이를 뒷받침할 ‘입법 청원’도 추진한다.

최수경 사단법인 아침 사무총장은 “과거 손양원 목사 생가복원에 앞장섰던 경험을 토대로 그동안 영남지역의 숨은 기독교인 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추적하고 연구해왔다”며 “힘이 닿는대로 호남과 충청 지역의 신사참배반대 운동가들을 발굴하는 일도 나설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기독교인 일제 신사참배 거부, 엄연한 항일운동” 기사의 사진

1945년 8월 17일 주기철 목사 사택에 모인 출옥 성도들. 뒷줄 왼쪽부터 조수옥 주남선 한상동 이인재 고흥봉 손명복. 앞줄 왼쪽부터 최덕지 이기선 방계성 김화준 오윤선 서정환. 사단법인 아침 제공



“기독교인 일제 신사참배 거부, 엄연한 항일운동” 기사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