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교사를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도 울고, 우리도 울었습니다. 내일자 국민일보 <이태형 칼럼(7)-선교란 무엇인가?>입니다.
선교란 무엇인가?
중동 지역의 A국에서 사역하는 B선교사를 만났다. 여행금지국인 A국에는 공식적으로 한국 선교사가 한 명도 없는 곳이다. B 선교사는 선교비자가 아닌 다른 형태로 10년째 현지에 머물고 있다. 그는 그 곳에서 ‘피비린내’ 나는 것이 어떤 상태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지금도 어디서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살벌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단다. ...
B 선교사는 수 없이 그곳을 떠나고 싶었다.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철수를 권고 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간섭하심을 경험했다. 첫 번째로 떠날 것을 작정했을 때, 그와 수년 동안 함께 지낸 현지 아이들이 간절한 눈으로 말했다. “당신을 여기 남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아이들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지난 30여년의 전쟁 기간동안 정부와 가족 모두가 우리를 버렸습니다. 희망이 없었지요. 그저 살기위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와서 함께 지낸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여기서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당신을 보내기 싫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B 선교사에게 그것은 예수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얘야, 이곳 역시 내가 사랑하는 땅이란다.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니?” 결국 그 땅에 남았다.
삶은 현실이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철수하려고 일단 한국에 왔다. 목포의 한 선교센터에서 허름한 책 한권을 발견했다. 양화진에 묻혀 있는 선교사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책을 펴자마자 한 사진이 보였다. 조선 땅에 와서 26세에 순교한 루비 캔드릭 선교사의 묘지였다. 묘비명이 보였다. “내게 만약 천 개의 목숨이 있다면, 그 모두를 조선에 주겠습니다.” B 선교사는 그 묘비명을 보고 통곡했다. 하나님이 물으셨다. “다시 갈 수 있겠느냐?” 그 땅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한번도 스스로 철수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친하게 알고 지낸 영국인 여성이 있었다. 명랑했던 그녀가 어느 날 폭탄 테러로 즉사했다. 그 지역에서는 다반사였지만 지인의 죽음은 B선교사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장례식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절규하듯 말했다. “내 딸을 위해 울지 마십시오. 이 땅을 위해 슬퍼하십시오. 그날이 오면 우리 모두 다시 만날 것입니다.”
B 선교사는 7년 전 결혼한 아내와 6년째 떨어져 살고 있다. 두 자녀는 어쩌다 만나는 아버지를 아저씨 취급한다. 믿음 선교를 하기에 늘 배고프다. 그는 내게 선교는 배고파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불러서는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도저히 알 수 없단다. 선교지에서 그는 긍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일년간 일주일에 하루를 온전히 금식했습니다. 배고팠지요. 그런데 일주일에 하루만큼은 배고픈 그들 가운데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을 보고 하나님도 배고파하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의 배고픔은 배부름 가운데서는 배울 수 없습니다.”
그에게 “언제가 가장 힘든 순간이냐”고 물었다. “내게 긍휼의 마음이 식어간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것이 저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었는데요….” 또 물었다. “선교가 무엇입니까?” “솔직히 할 말이 없어요. 그러나 한 가지는 알아요. 하나님이 쓰시려한다면 기꺼이 우리 삶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요. 그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하나님의 역사보다 대적이 하는 일이 더 잘 보인다는 그 곳, 어디를 봐도 도무지 소망이 보이지 않는 그 땅에 한국인 선교사가 있다.
**아래는 선교사님의 희미한 모습입니다. 선교지 상황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낼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나는 더욱 희미해지고, 그가 더욱 선명해지는 것", 그것이 선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 이 선교사님을 돕고싶은 마음이 드시는 페친께서는 저에게 메시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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