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표를 결집시켜 공화당의 승리를 이끌어낸 1등 공신 중 한 명으로 마이크 펜스(Mike Pence·57·사진) 부통령 당선자가 꼽힌다.
펜스는 지난 9일 당선 소감에서 “정말 겸손해야할 순간이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소감에서 하나님을 언급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그는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으나 복음주의자 개신교인이 됐다.
공화당에게 표를 준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들은 펜스가 트럼프 정부에 기독교적 ‘펜스(Fence, 울타리)’를 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투자자 출신으로 정치경험이 없는 트럼프와 달리 그는 하원의원과 주지사를 거친 정치인인데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의원 시절 ‘바른생활 맨’으로 통했다.
펜스는 정쟁이 있을 때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고 예의를 지켰다. 술이 제공되는 모임에 나갈 때는 반드시 아내 카렌을 동반했다. 의원 시절 펜스가 모임에 나타나면 동료들은 “이제 점잖게 말할 시간”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펜스는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 한때 사제가 될 생각도 했지만 대학 시절 영적 공허감을 느꼈다.
펜스는 “예수 그리스도와 직접 교제하는 (복음주의 교회의)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그들에 대해 부러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가톨릭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복음주의 교회를 출석하게 된 데는 아내의 영향이 컸다. 독실한 개신교인인 카렌은 펜스와 교제하던 시절 ‘승낙(Yes)’이란 글자를 새긴 십자가 목걸이를 들고 다녔다. 펜스가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하면 그 대답으로 주기 위해서였다.
그의 신앙은 정치적인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3월 낙태를 막는 관련 법안에 서명한 뒤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기도하면서 이 법안에 서명했다. 하나님이 이 소중한 생명과 그 가정을 축복하길 바란다.”
한 정치평론가는 “펜스는 신앙을 소매에 걸치는 게 아니라 아예 옷으로 입는다”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이민자규제에 찬성하고 증세에 반대하는 등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정책에 동조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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