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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기도문' 하나님께서는 들어주실까?

배남준 2016. 10. 26. 07:41

              ‘로봇의 기도문’  하나님께서는  들어주실까? 기사의 사진



1970년대 만화 영화 '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실제로 등장하는 건 아닐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처럼 철저한 통제와 감시·조종이 가능한 사회가 엄습하면 어떻게 될까.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단계를 넘어 생각을 지배하고, 급기야 영적인 영역마저 침범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 생활의 상당 부분을 관여하는 모종의 인공지능(AI) 장치가 주일예배 때 드릴 기도문까지 작성해준다면…. 

‘트랜스휴머니즘(TH·trans humanism)’ 물결이 빠른 속도로 밀려들고 있다. 생명과학을 비롯한 신생 기술이 장애나 고통, 질병, 노화, 죽음 등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고자 하나 비단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죽음과의 전쟁’을 선포한 TH는 ‘유혹’입니다.” 

미국 윤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슈바이커(시카고대 윤리학)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25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 채플실에서 ‘트랜스휴머니즘과 종교적 상상력’을 주제로 열린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CRS·센터장 전철 교수) 국제학술대회에서 “TH는 늙고 병들고 죽는 인간의 순리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 자체가 바뀔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면서 “한낱 ‘숨 쉬는 먼지’에 불과한, 연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이 ‘완전함’을 추구할 때 도덕·윤리적으로도 과연 완전해질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TH의 유혹에 대항하여’를 주제로 발표한 그는 또 TH가 지닌 여러 문제 가운데 “TH는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지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강요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기에 ‘유혹’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생명 연장이나 AI 등의 기술 발전에 대해 선택적인 문제라면서도 맹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도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슈바이커 교수는 또 “TH가 확산될수록 나를 버리고 상상속의 나를 선택함으로써 나타나는 미래의 나에 대한 책임성, 또는 미래의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 문제들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TH와 인공지능, 인간의 미래’에 대해 발제한 이경민(서울대 의대) 교수도 “TH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소비와 경쟁을 부추기고 자칫 기술을 우상화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슈바이커 교수는 TH시대에 유념해야 할 메시지로 갈라디아서 5장 13절을 제시했다.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하라.’ 그는 “인간은 연약하고 유한하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라며 “이런 인간의 유한성이 곧 인간의 위대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TH의 기술적 진행 과정에 사랑이 바탕 되지 않으면 실족한다는 메시지이다.

한신대 CRS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종교와 과학의 공동연구, 워크숍 등 신학적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글=박재찬 기자 jeep@kmib.co.kr,그래픽=이영은 기자, 사진= 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