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특혜 의혹으로 얼룩진 이화여대가 기독교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계기로 설립자인 메리 스크랜턴(Mary Fletcher Scranton·1832∼1909) 선교사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대 A교수는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대에서 기독교 정신은 학교 이념에 명시돼 있지만 실제 제도나 학교의 교육 방향성에서는 기독교 정신이나 인간적 가치가 다소 퇴색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대는 1886년 한국에 온 최초 여성 선교사인 스크랜턴이 세운 학교다. 그해 봄 길가에 버려진 소녀를 발견하고 소녀가 스스로 서는 법을 가르쳐준 게 이대 역사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130년이 지난 오늘날 스크랜턴 정신은 실종됐다. 대한기독교서회 명예사장인 정지강 목사는 “귀족이나 돈 있는 사람이 아니라 힘없는 민중들의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에서 최순실 딸 특혜 의혹이 불거진 건 스크랜턴의 뜻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대가 민족사회에 끼친 좋은 영향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A교수도 “이대 학생들은 이화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피켓을 들었고, 그들이 지키려는 이화의 가치는 기독교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이대가 기독교적 가치를 잃기 시작한 건 최 총장 체제에서 외형적 성장만을 추구한 것과 맞닿아있다. 최 총장은 최근 신학도서관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대 관계자는 “신학대학원 원장 교체 과정에서 신학도서관 사서를 빼겠다는 얘기가 나왔었다”며 “그렇게 되면 사실상 도서관 역할을 못하고 열람실 기능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학생들의 장기 농성을 촉발한 평생교육단과대(미래라이프대학) 신설도 ‘학위 장사’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당시 이대 기독교학과 동창회는 “정당한 노력 없이 돈으로 학위를 사려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화 정신’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 총무인 금주섭 목사는 페이스북에 “기독교 선교를 위해 세워진 대학에서 돈이 되는 학과를 늘리고 권력의 실세에게 특혜를 주었다”며 “선교사와 많은 기독교 여성지도자들의 헌신으로 일구어진 이대가 이렇게 추락해선 안 된다”고 토로했다. 스크랜턴 선교사가 감리교회 소속이었던 만큼 이대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유관기관으로 운영돼 왔지만 1970년대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현재 8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법인 이사회에는 목회자나 신학자가 한 명도 없다. 교수, 기업가, 전직 관료, 법률가, 회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스크랜턴 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 한국교회 파송 이사 수를 줄이는 정관 개정으로 반발을 샀던 연세대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최소 2명 이상의 목회자 이사를 두고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이대가 외형적 성장, 상업주의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 목사는 “이대가 교계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총장을 선임해온 것도 기독교 가치보다는 재정적 성장을 추구하게 된 계기”라고 꼬집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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