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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부흥의 뿌리, 영국 교회를 가다 -다시 싹트는 희망

배남준 2016. 8. 9. 06:59

  [한국교회 부흥의 뿌리, 영국교회를 가다] "우리는 전도한다" 다시 싹트는 희망


   

영국 웨일즈의 스완지에 위치한 마운트플래즌트교회 앞에 걸린 현수막. “소망이 여기 있다. 예수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이라고 써있다. 마운트플래즌트교회가 3년 전 개척한 소울교회 신자들이 지난달 31일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진 오른쪽이 폴 블랙함 목사.



지난달 31일 영국 웨일즈 제2의 도시인 스완지 인근 니스 밸리(Neath Valley)의 소울교회(Soul church) 앞. 교회는 시청 건물을 빌려 예배를 드렸다. 시청 입구에는 ‘니스 소울교회’라고 써 붙인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예배당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자, 밥솥과 음식을 나르고 있는 교인들이 보였다. 3년 전 개척된 이 교회는 매 주일 예배 후 식사를 나눈다. 교인들은 순번을 정해 ‘밥’을 해온다. 이들은 두 손에 솥을 든 채 인사했다.

예배당은 시청 홀(hall)을 사용했다. 990㎡(300평) 정도 되는 공간 앞쪽으로는 60여개의 의자가 놓여있었고, 뒤쪽으로는 컵과 음료수가 놓인 테이블이 설치돼 있었다. 교인들은 예배시간 전까지 차를 마시며 교제하다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주일예배는 전통적 스타일에서 벗어나 있었다. 4쪽짜리 주보에는 이날 부를 찬송 3개의 가사가 빼곡히 적혀있었고 간단한 광고문이 포함됐다. 사회자는 따로 없었고 여성 한 명이 기타를 메고 찬송을 인도했다. 바로 옆에서는 한 남성이 손으로 두드리는 드럼의 일종인 ‘카혼’을 사용하며 박자를 맞췄다.

찬송이 끝나자 벽면에 프로젝터 화면이 투사됐다. 이날 설교의 본문이었다. 사도행전 17장 16절 이하 말씀으로 아테네에서 전도했던 사도바울의 스토리였다. 성경봉독은 설교자이자 이 교회 담임목사인 폴 블랙함(Paul Blackham) 목사가 직접 담당했다. 그는 마치 사도바울이 말씀에서 튀어나와 얘기하는 것처럼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어떤 구절에서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어진 30여분간의 설교는 한 편의 사자후(獅子吼)였다.

블랙함 목사는 결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하나님 찾기를 멈추십시오. 구도(求道)를 중단하십시오. 예수께서 이미 여러분을 찾으셨습니다. 주님은 여러분을 섬기러 오셨습니다. 가짜 신은 여러분에게 섬기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진짜 하나님은 여러분을 섬깁니다. 예수는 여러분을 섬기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블랙함 목사는 생전의 존 스토트 목사와 함께 런던의 ‘올소울즈교회’ 부목사로 활동했다. 탁월한 신학자이기도 한 그는 영국교회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힌다. 그런 목회자가 전체 교인이 60여명인 개척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다.  

소울교회가 위치한 니스 밸리는 웨일즈의 옛 탄광지역으로 지금은 많이 낙후돼 있다. 주민들 중엔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교회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전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주민들이 교회에 나왔고, 전도된 성도들이 교회의 주축이 됐다. 블랙함 목사는 “우리는 전도하는 교회다. 주민들에게 찾아가려 한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울교회는 2013년 2월 스완지에 위치한 침례교회인 마운트플래즌트교회가 개척한 교회다. 이날 오후 모교회인 마운트플래즌트교회를 가보니 교회당 앞에 “소망은 여기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전도하는 교회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주일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6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6시 예배는 매주 거리전도를 통해 만난 사람들을 데려와 함께 드리는 게 특징이다.

영국은 헨리 8세의 수장령(1534)으로 영국식 종교개혁을 수립한 이후 영적 침체와 부흥을 반복했다. 18세기 존 웨슬리의 부흥기와 1904년 웨일즈 부흥운동은 유명하다. 웨일즈 부흥은 1907년 평양 대부흥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와도 관계가 깊다.  

사랑의교회 고성삼(대외총괄) 목사는 “저녁예배를 거리 전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드린다는 것 자체가 한국교회에 도전을 던진다”며 “영국교회는 부흥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부흥의 때마다 천국이 이 땅에 임한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웨일즈(영국)=글·사진 신상목 기자 국민일보 8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