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독교영화제 관객과의 만남
두 사람은 성과 이름이 같았다. 한데 생김새는 확연히 달랐다. 닮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성격도 그렇다. 한 사람은 마이크로, 또 다른 한 사람은 연기로 돈을 번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신앙심이 돈독하다는 것. 아나운서 박지윤(33·서울 온누리교회)과 배우 박지윤(30·서울 소망교회)이다. 두 사람이 지난 30일 서울기독교영화제 개막식 후 '아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이날 오후 8시 서울 관수동 서울극장 10관에 모여든 50여명의 사람들 앞으로 두 사람이 등장하자 곳곳에서 "진짜 예쁘다" "팬이에요" 라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떤 사이인지 묻는 질문에 아나운서 박씨는 "3년쯤 전 잠시 같은 성경공부모임 멤버였었지만 둘이 이야기를 나눈 적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대담의 첫 번째 주제는 '기혼 대 미혼'. 2009년 9월 직장 동료였던 KBS 최동석 아나운서와 결혼한 아나운서 박씨는 무엇보다 '배우자 기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버지께서 무뚝뚝하셔서 부녀관계가 가까운 편은 아니었어요. 친구들이 아빠랑 포옹하는 모습이 낯설었을 정도죠. 미래의 제 배우자는 친근하고 다정한 사람이길 바랐고 기도의 응답을 받아 매우 다정다감한 남편을 만났죠." 박 씨 부부는 2005년부터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4년간 함께 신앙을 키워가며 교제했다.
배우 박씨는 "경험자의 말을 들으니 더욱 신뢰가 생긴다"며 "한동안 게을리했었는데 소망을 갖고 미래의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주제는 '진행자 대 배우'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둘 다 "현실적인 문제와 신앙이 부딪힐 때"라고 답했다.
아나운서 박씨는 얼마 전 모 케이블 방송에서 메인 진행자 제안이 들어왔다고 했다. "출연료도 상당히 높았고, 진행자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단 한 가지 문제는 프로그램이 '퇴마'와 '빙의' 등을 주요 소재로 한다는 것이었어요."
박씨는 일주일간 기도 끝에 제의를 거절했다. "프리랜서 선언 후에는 고정 수입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고민됐죠. (프로그램에서) 제가 직접 퇴마의식을 행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을 것 같았어요."
배우 박씨도 이에 동의했다. "영화에서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역할이 인기를 얻는다는 것을 알아요. 그러나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죠. 가끔 크리스천 배우들과 모이면 '맡을 역할이 없어'라며 신세한탄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인기보다는 신념이 우선이죠.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미련하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예쁘다'고 해주시지 않을까요?"
박씨의 대답에 극장 여기저기서 "아멘" 소리가 들렸다.
대담이 끝나고 관객들은 두 사람의 대화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고 했다. 배우 박씨의 10년지기 팬이라 밝힌 나소엘(24·여)씨는 "좋아하는 연예인이지만 거리감이 있었는데 지윤 언니가 나와 똑같이 신앙이 흔들리기도 하고, 그것을 다시 부여잡기 위해 기도한다는 말을 들으니 더 가깝게 느껴진다"며 "전쟁터같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신념을 지키는 두 사람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 이 기사는 2011년 10월 국민일보에 입력된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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