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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보다 생명의 떡 '복음'을 전하고파"

배남준 2016. 7. 12. 07:18

     

김상현 대표 “떡볶이보다 생명의 떡 ‘복음’을 전하고파” 기사의 사진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방배동 국대떡볶이 본사 회의실에서 “떡볶이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김상현(36·서울 온누리교회) 대표는 떡볶이를 판다.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서 작은 노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맹점이 93개나 되는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처음 ‘국대떡볶이’를 창업할 때는 하나님을 몰랐다. 2년 전 하나님을 믿은 뒤 회사의 목표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방배동 국대떡볶이 본사 회의실엔 회사의 비전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는 것’. 요즘 그의 머릿속엔 ‘전국에 퍼진 가맹점을 통해 어떻게 복음을 심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군대에서 전역한 뒤 캐나다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신발도 팔아보고 배달업도 해보고 군고구마도 팔았다. 한국에 돌아온 뒤엔 의류사업에 손을 댔다. 모두 실패했다.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한데 김 대표는 다시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다. 대구에서 떡볶이를 팔던 아주머니로부터 떡볶이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아 이대 앞에 노점을 냈다. 8개월 동안 떡볶이 맛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을 살핀 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국대떡볶이 1호점을 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떡볶이를 그릇에 담을 때도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수차례 실패를 경험한 청년 창업가로서 불굴의 의지가 느껴졌다.

김 대표는 여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처음 교회에 갔다. 불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기독교에 대한 불신이 컸지만 ‘장가 한번 가보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16주 동안 일대일 성경공부를 하며 예수님에 대해 알게 됐다. 여자친구와 결별한 후에도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로 옮겨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2014년 6월 미국으로 떠난 ‘창조과학탐사 비전트립’은 김 대표 신앙의 변곡점이 됐다. 처음엔 ‘미국 식당들을 둘러보며 사업 아이디어나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랜드캐니언 등에 대한 지질학적 탐사를 통해 성경에 나온 창조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란 게 믿어지는 순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는 창세기 1장 1절 말씀이 사실이란 확신이 들었어요.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죠. 제가 깨달은 진리를 빨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 돌아온 뒤 6개월 동안 회사를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먼저 회사 직원들과 기독교적 가치관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초 시무식 때 직원들 앞에서 회사 비전을 선포했다. 13명의 직원 중 크리스천은 3명뿐이었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하나님이 실제로 계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러분께 당장 교회에 나가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하나님에 대해서 마음의 문을 열고 호기심만 가져주세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지금은 매주 수요일마다 회사 회의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한다. 온누리교회 설립자인 고(故) 하용조 목사의 설교를 듣고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기독교적 가치관이 담긴 영화를 보기도 한다. 얼마 전엔 Mnet ‘쇼미더머니5’에 출연한 크리스천 래퍼 비와이의 영상을 함께 봤다. 

하나님을 알기 전 김 대표는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투자했다. 그러다 탈이 나는 바람에 최근엔 부도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알게 된 뒤 경영철학이 바뀌었다.

“얼마나 크게, 빠르게 성장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큰 회사를 바라지 않아요. 한 명이라도 더 먹일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기도해요. 하나님께서 이 사명을 저에게 맡기실 게 아니라면 회사를 가져가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회사 비전이 적힌 액자 옆에는 회사의 ‘사명 선언문’이 적힌 액자도 걸려 있다.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지금은 부도의 위기에서 한숨 돌린 상태다. 

1시간 넘게 인터뷰하는 동안 그의 ‘떡볶이 철학’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했지만 그는 ‘복음’ 이야기만 이어갔다. 중요한 건 떡볶이가 아니라 복음이고, 떡볶이 맛있게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저의 꿈은 단 하나, 참 크리스천이 되는 것이에요. 자신이 죽고 예수님이 사는 사람은 세상에서 구분될 수밖에 없어요. 크리스천으로서 예수님의 향기가 나는 청년으로 살고 싶습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